/사진=뉴시스 김훈기 기자
주요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르는 가운데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연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양도차익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것) 조항이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이라 현대차그룹도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순환출자 고리, 전속거래, 수직계열화 등 산적한 난제들을 한 번에 풀기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설립설 솔솔


주요 대기업 중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서 삼성전자 등과 함께 순환출자를 보유한 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출범 초기부터 재벌 대기업들의 ‘셀프 개혁’을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강조하며 1차 데드라인을 주주총회가 있는 다음달 말까지 지배구조 개선을 재촉하는 상황이라 현대차그룹이 다급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계된 상황이라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거론돼왔다. 최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비용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지주회사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순환출자 해소를 어떻게 동시에 실현하느냐에 있다”며 “정부의 압박에다가 지주회사 전환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을 고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숙제 ‘경영권 승계’

공정위에서 수차례 현대차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실적인 비용 안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면서도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3.88%, 다시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는 구조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모비스가 대주주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16.8%를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4조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승계 비용이 들어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으면서 주주가치도 높아져 주총을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숙제”라며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에 있는 현대차투자증권과 현대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