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말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펍지주식회사는 유명 스트리머들을 동원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행사를 개최했다. 24시간 릴레이 개인 방송 형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우승한 플레이어는 다름 아닌 불법 핵 프로그램 사용자였다.
지난해 3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출시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1년을 앞둔 가운데 각종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시 초기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 최적화 문제는 지난해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다소 해결된 모습이지만 불법프로그램, 이른바 ‘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2월 정식 1.0버전을 출시했다. 배틀그라운드 플레이어들은 정식버전 출시로 꾸준히 이슈가 된 핵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는 안티치트 프로그램 도입 여부에 주목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도 배틀그라운드의 핵 프로그램 사용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증가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배그’를 검색하면 주요 연관검색어로 ‘배그 핵 구매’가 검색될 만큼 배틀그라운드는 핵 프로그램에 발목이 잡혔다.
배틀그라운드 핵 프로그램은 날이 갈수록 진화했다. 초창기 캐릭터의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주는 ‘스피드핵’과 정밀한 조준 없이도 자동사격이 가능한 ‘에임핵’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아이템의 위치를 알려주는 ‘아이템 핵’, 사용자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EPS 핵’을 거쳐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급아이템으로 순간 이동하는 ‘보급핵’, 바닥에 떨어진 음료수를 마신 플레이어를 죽게 만드는 ‘그라목손 핵’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스피드핵의 진화 버전인 ‘순간이동 핵’도 활개치고 있다.
이같은 핵 프로그램은 주로 스팀버전 배틀그라운드에서 성행했고 그 사용자는 중국인 유저로 지목됐다. 스팀 배틀그라운드 페이지에는 중국인의 게임을 제한해달라는 ‘Region lock China’라는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중국지역 제한 사실상 불가능”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플레이어가 한 전장에서 게임을 즐긴다. 이런 대규모 전장에서 핵 프로그램 사용자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머지 모든 인원이 피해를 본다.
기존 FPS게임은 한 전장에 투입되는 인원이 적어 핵 프로그램을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상황이 다르다. 소수의 인원이 미치는 영향력이 타 게임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요구하는 중국 지역락은 직접적으로 도입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지역에만 국한된 버전을 출시할 경우 지역 차별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브랜든 그린 배틀그라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불법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왔다”며 “하지만 모든 중국인이 불법 프로그램 유저가 아니므로 지역락은 합리적인 차단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개발사 펍지주식회사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데스캠 기능을 도입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핵 프로그램 사용으로 제재당한 계정은 400만개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정식서비스 이후 차단된 계정은 200만개에 달한다.
1.0 2차 패치노트에서는 리플레이에 신고 기능을 추가해 플레이어 목록에서 해당 플레이어를 우클릭,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게임 내 신고 기능 항목 중 ‘부정 프로그램 사용’ 항목을 새로 추가한 상태다. 고객센터 홈페이지에서도 핵 사용 의심 유저를 신고할 수 있다.
사이트 접속 후 문의사항으로 해당 플레이어를 발견한 시점, 캐릭터 명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면 검토 후 제재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플레이어를 ‘지연속도’별로 매치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문제가 된 중국 핵 플레이어들의 해외 서버 점령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밖에도 새로운 안티치트 솔루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달 간 100만명 감소… 위기일까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핵 프로그램 사용자가 활개치고 있다며 거센 불만을 토로한다. 배틀그라운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펍지주식회사를 질타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그랜드마스터 등급 플레이어 김기덕씨(33·남)는 “펍지주식회사의 대응책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며 “게임을 즐기는 선량한 이용자들이 핵 프로그램 사용자를 애초에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펍지주식회사의 소극적인 대응에 불만을 품은 플레이어들은 서서히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있다. 한때 3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섰던 동시접속자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0만명가량 줄어든 250만명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펍지주식회사가 경찰에 핵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으며 중국 텐센트도 공안 당국에 수사를 요청해 핵 프로그램 제작자 120명을 검거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핵 프로그램 제작자는 물론 사용자도 처벌할 수 있는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가 롱런하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핵, 무한로딩 등 각종 이슈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때 전세계를 강타했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도 비매너 플레이어에 대한 운영미숙으로 한순간에 인기가 급감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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