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AP/뉴시스
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오는 23일부터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산 제품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미국을 상대로 막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철강 관세 제외를 대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양보 등 또 다른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세폭탄… 한국철강 기사회생?

미국은 오는 23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를 제외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당초 채택이 유력시 됐던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비해 그나마 나은 조치지만 2016년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30~60%대의 반덤핑·상계관세 부과에 이어 또다시 고율의 관세를 부과 받음에 따라 대미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재계는 미국을 상대로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처럼 우리나라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적극 요청중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25~3월2일 1차 방미에 이어 6~9일 2차 방미를 통해 철강 제재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15~16일(현지시간)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3차 협상 이후 23일 관세 시행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각각 미 상무장관,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관세 부고 재고를 요청했다. 또한 김 부총리는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면담을 통해 철강관세 면제를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재계도 현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설득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초 허창수 회장 명의의 서한을 미국 상원의원 100명 전원과 하원의원 432명,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등에게 보내 미국의 철강 수입제재 강화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허창수 회장은 서한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양국의 우정과 교류가 더욱 발전되고 지속돼 앞으로도 더 좋은 관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관세 면제 돼도 FTA 난관

문제는 철강 관세가 면제되더라도 미국이 이를 빌미로 또 다른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재협상이 진행 중인 FTA에서 한국 측의 대대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관세 예외를 인정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NAFTA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만약 우리가 NAFTA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는 철강관세가 사실상 해외 국가와의 FTA 협상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통상압력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 제외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 중인 자동차와 농산물 부문의 양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의 수입 쿼터 확대, 자동차 수리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 등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는 규제를 대폭 풀 것을 요구 중이다. 또한 농산물 부문에서도 한국시장의 적극적인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철강 관세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나 농산물 등 다른 산업분야의 통상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직접적인 한국의 반대보다는 미국 내부에서 자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도록 현지 업체, 친한파 정부인사 등 우호세력과의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