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 흙수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다. 넷마블을 창립한 지 18년, 2011년 외도를 마치고 넷마블에 복귀한 지 7년 만이다. 방 의장의 총수 지정과 넷마블의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선정은 게임업계 두번째, IT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네번째에 해당된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넷마블을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방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준대기업집단은 전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을 의미한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결기준 자산총액 5조3477억원을 기록하며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넷마블의 지분 24.4%를 보유한 방 의장은 이견 없이 총수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관계회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 한다. 또 총수가 된 방 의장은 회사의 잘못에 법적 책임을 지게 되며 배우자를 포함한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등의 지분과 거래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얼핏 규제에 묶인 듯한 모양새지만 업계는 투명한 경영으로 넷마블의 최대 목표인 해외진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굴곡진 기업사 넘어 대기업 반열에
창립 초기 적자를 면치 못하던 넷마블이 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계기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2002년 넷마블의 게임포털에 유료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모바일게임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게임업계는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의 미래를 보는 안목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방 의장은 2000년 넷마블을 창업했다. 회사는 약 2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았다. 당시 넷마블은 적자에 시달리던 수많은 게임포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고 벤처암흑기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았다. 넷마블은 존립자체도 위태로웠다. 방 의장은 이때 ‘게임포털 전면 유료화’라는 결단을 내렸다. 대부분의 사람이 코웃음을 쳤다. 안그래도 게임포털이 너무 많아 이용자가 분산되는 마당에 유료화는 무모한 시도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넷마블은 승승장구했다.
2002년 넷마블은 270억원 매출,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운 좋게 게임업계도 본격적인 활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때 방 의장은 게임업계의 중심을 RPG에서 웹보드게임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고 넷마블 테트리스 등 보드게임이 연이어 히트하며 성공을 거뒀다.
2004년 넷마블이 무섭게 질주하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CJ그룹은 넷마블의 잠재역량을 파악하고 방 의장에게 800억원을 베팅했다. 방 의장의 넷마블 지분 484만주 가운데 400만주를 주당 2만원에 매입한 것. 당시 넷마블의 주가가 1만5000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방 의장은 약 3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은 셈이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CJ그룹은 방 의장에게 3년간의 경영권을 부여했지만 그는 새로운 벤처신화헤 도전하겠다며 2년 만에 사임했다.
◆넷마블의 세계정복… 중국 판호가 관건
방 의장이 손을 뗀 넷마블은 거짓말처럼 고꾸라졌다. 핵심게임 ‘서든어택’의 판권을 넥슨에게 내준 것이 결정타였다. 당황한 CJ그룹은 방 의장에게 SOS를 보냈고 방 의장은 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넷마블에 재투자하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방 의장은 넷마블의 주력업종을 모바일게임으로 전환하는 수술을 감행했다. 그는 캐주얼 게임 일색이던 모바일게임시장의 트렌드가 MMORPG 같은 무거운 게임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고 사업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넷마블은 잘 알려진 것처럼 기사회생, 승승장구했다. 다함께차차차,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리니지2레볼루션 등 내놓은 게임이 연이어 대박을 쳤다.
지속적인 성공에 힘입은 넷마블은 2016년 해외진출을 본격 감행했다. 당시 방 의장은 “넷마블은 과거 해외진출 실패 때문에 무력해졌고 어느 순간 국내 시장에 안주했다”며 “올해는 돈을 못 벌더라도 꼭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는 흐름이 썩 좋다. 2016년 해외매출 비중이 50%를 넘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4%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지난 2월 열린 제4회 넷마블투게더위드프레스(NTP)행사에서 방 의장은 “올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중국이다. 넷마블이 북미, 일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들은 우리와 게임성향이 다소 다른 시장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중국은 비슷한 문화권,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춰 넷마블이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다. 방 의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중국게임이 한국에서 잇단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이고 현지형 게임에 집중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허용할지에 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전면중지했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중국이 판호 발급에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는 점에서 업계는 넷마블의 중국시장 진출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굴곡을 겪으며 성장한 넷마블과 총수 방 의장이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1968년생 ▲아이팝소프트 사외이사 ▲아이팝소프트 CEO ▲넷마블 CEO ▲CJ인터넷 CEO ▲CJ E&M 총괄상임고문 ▲넷마블게임즈 의장 ▲넷마블 의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