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저출산 심화로 인한 인구감소 및 인구구조의 변화다. 이러한 거대한 물결은 B2C(Business to Consumer)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장 영유아·어린이·청소년 등을 겨냥한 사업은 기존 방식으로는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저출산 심화, B2C업계 변화 주문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은 17년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좋은 일자리 부족, 높은 주거비용,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산율의 지속적 하락과 기대수명의 지속적 상승은 총인구증가율 둔화와 고령인구 확대로 이어져 B2C업계에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아동을 상대로 했던 거대 기업이 쓰러지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던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9월 미국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지난 3월에는 미국 내 모든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하겠다고 밝혔다(아시아, 중유럽, 캐나다사업은 유지).
하기스 기저기와 크리넥스 티슈로 유명한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는 지난 1월 전체 인력의 13%에 달하는 5000명을 감축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전세계에 산재한 공장 중 10개를 폐쇄하고 2021년까지 20억달러를 절감하는 구조조정방안도 내놨다.
토이저러스의 몰락과 킴벌리 클라크의 위축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원인이다.
/사진=뉴시스 이 가운데 킴벌리 클라크(70%)와 유한양행(30%)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유한킴벌리는 저출산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대비해왔다. 유한킴벌리는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겨냥해 요실금 제품 등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한 사업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유한킴벌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기저귀, 생리대, 요실금 언데웨어 등의 수출로 2조원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유한킴벌리는 노산 증가로 이른둥이(37주 이전이나 체중 2.5kg 이하로 태어난 신생아)와 다태아가 증가하자 이들을 위한 초소형 기저귀 생산기반을 구축했으며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는 아기(2.2㎏ 미만, 연간 약 6000명)를 위한 제품은 지난해 8월부터 무상공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저출산이 고착화·심화되며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인구구조 변화에 발맞춰 기회의 장이 된 시니어시장도 공략하고 있다”며 “나아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관련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저출산,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에 발맞추고 있다. 성인 메뉴형 제품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성인층을 주 타깃으로 설정하고 관련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춰 성인층을 주 타깃으로 한끼 메뉴가 가능한 후랑크와 베이컨 신제품을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 제품들을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 제품으로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족고객 대상 마케팅 활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키즈카페 입점, 키즈 편집매장 및 키즈 전문관 개설, 가족과 함께 쇼핑하는 매장 구성, 유자녀 고객제도 등 자녀를 둔 가족고객 대상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를 적게 낳는 대신 1~2명의 자녀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
이마트는 임산부와 7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고객 대상의 무료회원서비스 ‘맘키즈 클럽’, 롯데마트는 2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고객 대상의 ‘다둥이클럽’ 등을 통해 별도의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지점별로 대규모 ‘키즈&패밀리관’ 오픈, ‘어린이도서관’, ‘36개월 미만 유아 전문 문화센터’ 등을 구성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아동전문관 ‘리틀신세계’, 어린이놀이공간 ‘리틀란드’ 등을 꾸며 아이를 가진 자녀를 유혹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0~14세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엔젤사업은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부모·조부모 등)와 상품·서비스를 소비하는 주체(어린이)가 다르기 때문에 두개 이상의 고객군 니즈와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부모 편의 서비스를 같이 제공함으로써 미래 고객인 유아동 고객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고 동시에 부모의 소비를 유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심화로 싱글족,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면서 시간을 단축시키면서도 편리성을 높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구매와 제품 소비과정의 편리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유통기업들은 키즈 콘텐츠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한 수익창출과 함께 국내 인기 키즈 콘텐츠를 활용한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