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재계서열 4위인 LG그룹의 ‘4세 경영’이 가시화되고 있다. 3세 경영인 구본무 회장이 작고하고 LG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후계자로 지목된 구광모 상무가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구 상무의 상속세 마련 방안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구 상무 개인재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구씨 일가로부터 대규모 증여를 받거나 주식 물납을 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된다.
판토스 상장 여부 촉각

구 상무가 고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LG를 제외하고 그가 유일하게 주요주주로 있는 ‘판토스’의 상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 상무가 고 구 회장에게 물려받을 LG주식은 1945만8169주(지분 11.28%)로 지난 5월21일 종가 기준 1조5352억원어치다. 상속세는 LG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를 21일 종가 기준으로 추정하면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액을 더해 최고 65%로 계산하면 9979억원이 된다. 이 금액은 LG의 주가 변동에 따라 증감될 수 있다.

구 상무의 재산은 공개된 것만 8800억원 수준이지만 상속세 납부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300억원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산은 LG주식과 근로소득, 판토스 지분 등이다. 구 상무는 지난 3월 말 기준 LG주식 1075만9715주(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약 8489억원이지만 이는 LG그룹을 지배하는 지분이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에는 활용할 수 없다.

구 상무가 지난 13년간 LG전자와 LG에서 벌어들인 근로소득도 상속세 납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주사인 LG로 이동해 임원으로 승진한 게 2015년으로 입사 10년 만이다. LG전자의 지난해 남자직원 평균 근속기간은 12년이고 평균임금은 약 8400만원이다. 구 상무가 임원으로 지난 3년간 재직한 LG의 경우 남직원 평균 임금이 1억1289만원이고 구 상무가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고 공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 상무가 직장생활 13년간 받은 근로보수는 총 10억~2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구 상무의 재산 중 유일하게 상속재원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가 주요 지분을 갖고 있는 ‘판토스’다. 이 회사는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비상장사로 구 상무는 이 회사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판토스는 구 상무를 포함한 구씨 일가가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고 LG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지난해 매출의 대부분인 78%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유사한 ‘경영권 승계 자금줄’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는 구 상무의 판토스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 상무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 가치는 동종업체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말 기준 PER(주당순이익) 7.5배를 적용했을 때 약 260억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라도 IPO(기업공개) 절차를 거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장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지분매각 방안은 증권시장 상장이지만 급하면 PEF(사모펀드)나 특수관계자에게 지분을 일괄적으로 넘기는 방법도 있다”며 “(구 상무가) 주식담보 대출 가능성 등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전자 상무. /사진제공=LG그룹

구씨 일가, 대규모 증여 가능성도
구 상무의 판토스 지분 매각이 상속 재원 마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만큼 다른 방안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금납부, 주식물납, 주식담보대출 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구 상무가 과거 친족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 부동산 재산, 근로소득 등을 재테크를 통해 얼마나 불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유일한 재원은 판토스 지분이다. 사실상 개인재산을 활용한 현금 납부는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 현금납부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구씨 일가가 대대적으로 LG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대규모 현금을 마련했고 구씨 일가의 유교적 가풍이 강하기 때문이다. 구 상무가 친족으로부터 대규모 현금을 증여받아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구씨 일가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했다. LG는 지난해 하반기 구씨 일가 35명으로부터 LG상사 지분 24.69%를 약 3000억원에 매수했다.

특히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일가는 지난해 9월쯤 세무조사 중에도 1600억원 규모의 보유 지분을 계열사에 매도했고 구 상무의 사촌 형제인 구웅모(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장남) 등도 LG와 LG상사 지분 전량을 약 800억원에 처분해 25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했다.

주식물납 가능성도 있다. 구 상무의 친족 등 특수관계자 32명의 우호지분이 46.68%에 달해 가족 간 문제만 없다면 고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구 상무의 지분이 다소 감소해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구 상무의 지분이 약화돼 친족 간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집안 어른’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씨 일가의 결속이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