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은퇴자금인 퇴직연금이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1%대 수익률을 벗어나질 못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2.15%였으나 2016년 1.58%로 급락했고 지난해도 1.88%로 1%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1.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며 3%대 경제성장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쥐꼬리만한 수익률의 퇴직연금을 이대로 굴려도 괜찮을까.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수익률 올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원금보장에 몰빵, 배당형 눈 돌려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대다수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굴리고 있어서다. 퇴직연금은 유형에 따라 DB형(확정급여형),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 가입자는 수익률과 관계없이 퇴직급여를 받기 때문에 상품 구성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근속 기간과 퇴직 전 연봉 등에 따라 퇴직급여를 산정해 받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낮아도 회사가 퇴직급여를 낮출 수 없다. DB형을 선택한 회사는 대개 연봉이 높고, 임금상승률도 높은 대기업이 많다.
문제는 DC형이나 IRP를 도입한 기업의 직장인이다. DC형 가입자는 회사가 넣어준 돈을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급여 수준이 달라진다. 가입자 스스로 운용사를 고르고, 실적배당형이나 원리금보장형 등 운용 방식도 택해야 한다. 즉 수익률이 낮아도 가입자가 책임지는 구조다. 개인형 IRP도 비슷하다.
가입자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어떤 상품이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78.6%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됐다. 가입 초기 운 방식을 정하고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가령 2012년 퇴직연금 가입자가 3~4%대 수준이던 원리금보장방식 예적금에 가입했는 데 운용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면 2015년부터 1~2%대로 금리가 떨어져 수익률이 반토막났다.
반면 실적배당형 가입자는 증시 호황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연 수익률이 1.49%에 머문 반면 실적배당형은 6.58%에 달했다. 지금은 금리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증시호황에 따른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가입자가무관심하면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퇴직연금 운용·자산관리 전반을 꼼꼼히 살펴보고 실적배당형 상품 등 적극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섣부른 중도인출은 금물, TDF 고려해야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퇴직연금을 중간에 일시금으로 찾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에 퇴직연금을 찾아 다른 투자처에 굴리려는 수요다.
지난해 만 55세 이상 퇴직급여 대상자 가운데 일시금을 선택한 비율은 98.1%에 달한다. 중도인출 사유는 인출자 기준으로 주택구입(45.7%)이 가장 많았고 장기요양(25.7%), 주거목적 전세금 또는 임차보증금 충당(18.1%), 회생절차 개시(10.1%) 순으로 드러났다.
현행 법에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는 사유로 주택구입과 전세금 부담, 요양비,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 등을 규정한다. 또 인출 한도를 적립금 50% 이내로 정한 퇴직연금 담보대출과 달리 중도인출은 적립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 다만 IRP은 중도해지하면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TDF의 장점은 높은 수익률이다. 2016년 말 기준 TDF를 운용해 왔던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 등의 TDF 평균 수익률은 18~20%대에 달한다. 안정성도 높다. 투자자가 자신의 은퇴 시점만 정하면 사전에 설계된 자산배분 솔루션에 따라 운용사가 알아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한다. 무리하게 퇴직금을 굴려 손실을 입을 걱정도 없다.
펀드는 5년 단위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펀드명에 붙은 2030, 2045 등의 숫자가 은퇴가 예상되는 연도다. 은퇴 시점이 길게 남아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인 ‘2045’형 상품들이 최근 1년 글로벌 증시 호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TDF에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되면서 대형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중소형 운용사도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며 "TDF는 자산 리밸런싱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되기 시작한 금융상품으로 운용사별로 투자전략과 비중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은퇴시점과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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