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갑질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비자금, 밀수, 탈세, 내부거래, 승무원 기내식 폭리 등 각종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일 밤 이 전 이사장의 영장심사를 맡은 박범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어 구속사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 전 이사장의 영장 기각이 오히려 직원들을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된 것.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5일 성명서를 내고 “법이 갑의 편에 섰다”며 “힘을 합쳐 끝까지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비난했다.
◆밀수·탈세·내부거래·비자금 등 각종 의혹 남아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이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의 폭언, 폭행 혐의 외에도 밀수, 탈세, 내부거래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21일 인천세관은 경기도에 있는 대한항공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해 2.5톤 분량의 압수품을 수거했다. 현장에서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뜻하는 ‘DDA’ 태그가 부착된 물품이 발견됐다. 조 전 사장은 밀수·탈세 혐의 등으로 지난 4일 오전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인천세관은 이번 조사에서 조 전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귀가했지만 재소환 조사를 계획 중이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최근 승무원 기내식 폭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항공 제주 노선에서 승무원들에 제공되는 도시락의 가격이 1만5000원 정도인데 이는 과도한 금액 책정이며 내부거래를 통해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직원들이 지적한 부실 도시락의 납품업체는 제주도에만 두곳(제주, 서귀포)이 있는 ‘칼 호텔’이다. 칼 호텔은 ‘땅콩회항’으로 논란된 조 전 사장이 지난 4월 경영복귀를 한 곳이다.
검찰과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대한항공에 기내면세품을 공급하는 트리온무역과 미호인터내셔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전날(24일)에는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과 정석기업,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자택 및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조 회장 일가 주변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압수품 분석을 끝낸 뒤 대한항공 및 계열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