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과 현대로템의 해외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실적이 양호한 데다 남북 화해무드에 따라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최대 수혜주로 꼽혀서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미국 물류회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톱5 물류업체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고 현대로템은 대만에서 19년 만에 대규모 전동차 수주실적을 올려 주목받았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물류회사의 M&A(인수·합병)에 집중해왔다. 특히 그동안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데 이어 앞으로 북미와 유럽사업의 확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운송 비즈니스의 선두를 다투는 특송기업 DHL과 페덱스는 220여개 나라에 물류망을 확보한 반면 CJ대한통운은 아직 33개국에 그친다.
현대로템은 철저한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정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공익성을 지닌 철도사업의 특성상 당장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지만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게다가 그동안 주요 시장에서 유럽과 일본업체들에 여러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 수주소식이 잇따르자 들뜬 분위기다.
CJ대한통운 글로벌 M&A 현황도 /사진=CJ대한통운 제공 ◆영토 넓히는 해외행보 CJ대한통운이 본격적으로 해외 M&A를 시작한 건 2013년 4월 중국 중량물 전문기업 CJ스마트카고 인수부터다. 이어 2015년 말 콜드체인에 강점을 보인 중국 최대 종합물류기업인 CJ로킨의 지분 71.4%를 45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동남아와 인도에 손을 뻗쳤고 글로벌 물류 거점을 마련하는 사업에도 투자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M&A로 CJ대한통운의 해외비중은 2013년 10% 남짓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36.7%로 3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시기 해외법인도 10개에서 33개국 257개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 8일 미국 물류기업인 ‘DSC 로지스틱스’를 인수한 것도 주목받는다. DSC 로지스틱스는 소비재산업에 특화된 물류기업으로 미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물류센터 규모는 축구장 300개와 맞먹는 넓이로 알려졌다.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정부의 정책에도 발을 맞추는 중이다. 최근 유럽-중국 노선에서 철도와 트럭을 이용한 국제복합운송서비스인 ‘유라시아 브리지서비스’(EABS)를 선보였고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최대도시인 선양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M&A, 합작법인 설립, 지분인수 등 글로벌 성장전략을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 철도청 전동차 실내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은 지난 4일 1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전동차사업을 수주하며 19년 만에 대만시장에 복귀한다. 대만 철도청(TRA)에서 발주한 9098억원 규모의 교외선 전동차 520량 납품사업을 수주한 것. 이는 대만시장에서 발주한 철도사업 중 역대 최대규모다. 전량 창원공장에서 만들어 2024년까지 납품을 마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분석으로 19년 만에 대만시장 재진출에 성공했다”면서 “고품질의 전동차를 납품해 추가사업을 수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철도인프라 현대화사업을 진행 중이며 규모는 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로템은 1973년 화차 30량을 수주하며 대만에 처음 진출했고 이번 수주까지 합쳐 총 1286량의 철도차량을 수주한 만큼 남은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최근 방글라데시에서는 중국과 스페인 업체를 따돌리고 디젤전기기관차 10량을 수주했고 올 초에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 연결철도 노선에 투입될 전동차 24대 제작도 담당한다.
디젤전기기관차는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구동해 생성된 전기로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전차선이 없어도 운행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방글라데시에 납품한 기관차의 운행시속은 100km며 미국의 디젤전기기관차 엔진 제작사인 EMD와 협력, 기존에 납품한 제품 대비 565마력 높은 2200마력(BHP)을 낸다.
밴쿠버에 투입되는 전동차는 무인운전차다. 열차 내 중앙통제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운행되며 2량 1편성으로 구성돼 편성당 최대 350여명이 탑승할 수 있다. 최고시속은 90km다. 2005년 무인전동차 40대 수주에 이어 2007년 상파울로 4호선 174대, 신분당선 120대, 2013년 김포 경전철 46대, 2016년 이스탄불 7호선 300대 등 국내외 무인차 시장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 중국 쓰촨성 청두역에서 유럽을 향해 출발하는 컨테이너 화물열차 /사진=CJ대한통운 제공 ◆힘 받는 한반도 철도·물류사업 두 회사는 남북경제협력이 시작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얻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북한에 가로막혀 사실상 섬과 마찬가지였지만 최근 남북 화해무드에 힘입어 철도를 중심으로 새 활로를 찾기 때문.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많이 언급된 건 ‘H축’ 개발이다. 정부의 신경제지도에 따르면 앞으로 서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각각의 축을 세우고 둘을 잇는 ‘DMZ 벨트’를 구축해 한반도 경제의 비약을 노린다.
아울러 중국 상하이, 북한의 남포, 남한의 인천과 목포를 연결, 산업·물류·교통을 주축으로 하는 ‘환서해 경제구역’을 조성하고 일본 니카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의 나진·선봉, 남한의 부산을 연결하는 관광·자원·에너지 위주의 ‘환동해 경제구역’을 만들게 된다. 나아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과 협력하는 신북방정책, 아세안(ASEAN)과 협력하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게 큰 그림이다.
특히 신북방정책의 핵심은 중국대륙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국내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나인브릿지전략’에도 철도가 포함된다. 철도가 연결되면 가장 힘을 받는 건 물류다. 육로로 유럽까지 연결되는 만큼 해상운송의 위험과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주도로 이미 다양한 형태의 화차 개발을 마친 상태”라며 “TSR을 대비한 통신 등 여러 실험도 일정부분 진행된 만큼 앞으로 사업 논의가 본격화되면 철도물류가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