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기촉법)이 이달 말 시한이 끝난다. 2020년 6월까지 기촉법을 연장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금융당국과 시장, 법조계, 학계 등에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대다수는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지만 일부 업종의 경우 워크아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 vs “조선·건설업 워크아웃 불가피”


기촉법은 워크아웃 제도의 근간이 되는 법규다. 이를 근거로 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 주도의 채무상환 유예, 자금지원 등이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국책은행 또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한다.

현재 구조조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채권단이 주도의 워크아웃과 법원중심의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즉, ‘기촉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 각각 적용된다.

학계와 법조계 등에선 5번째 일몰을 앞둔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중심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재정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기촉법 일몰 도래에 따른 친시장적 구조조정 방식으로의 전환 모색 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재 구조조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금융위, 산업은행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기촉법은 예정대로 폐지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국책은행이 제공하는 공적 자금은 부실기업 회생보다 채권자 손실 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이는 채권자가 아닌 기업 회생을 위한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아웃보다 회생법원 중심의 법정관리가 더욱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06~2014년 구조조정이 시작된 후 종결된 기업은 총 44곳으로 이 중 워크아웃 절차를 밟은 곳은 15곳으로 종결률이 47% 수준에 불과한 반면 법정관리 기업(29개사) 종결률은 83%”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워크아웃을 통한 법정관리는 평균 982일이 걸렸지만 법정관리는 578일이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선, 건설업의 경우 워크아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장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조선업, 건설업 등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즉시 수주사업이 다 끊겨 영업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아직 시장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워크아웃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이 심화돼 회생절차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워크아웃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기촉법의 장점으로 기업이 종전과 동일하게 영업을 계속해 갈 수 있다는 것과 신규자금지원이 회생절차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관치금융이 기촉법에 의한 구조조정에서 어떠한 폐해를 일으켜 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운용의 문제”라며 “기촉법의 과가 있지만 약 20년 동안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한 공을 부인할 수 없다. 폐해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촉법 자체를 폐지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기촉법 상시화’ 무게… “P플랜 활성화 필요”

금융위원회는 ‘기촉법 상시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시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데 공감하면서 P-Plan(사전회생계획제도) 활성화 등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방식을 정책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진웅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기촉법의 최초 제정 취지로 돌아가 아직도 기업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기촉법이 오히려 그 관행의 정착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기촉법으로 인해 완전하지 못한 2개의 절차 가운데 하나만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구조조정 절차와 사적 구조조정 절차를 융합하여 장점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절차가 최근 세계적 흐름”이라며 “서울회생법원도 P-Plan 회생절차 활성화를 통해 이러한 토대를 구축하려고 한다. 만약 기촉법이 이러한 사고전환 없이 연장된다면 입법취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