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외국인 등기이사 문제로 시끄럽다. 대한항공 계열 LCC(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등이 논란을 일으켰는데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엇갈린다. 미국 국적을 가진 조현아 전 이사가 등재됐던 진에어는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브래드 병식 박 이사를 등재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에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똑같은 불법행위에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된다’는 상반된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진에어 직원들은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려면 아시아나도 취소해야 한다”며 이번 판단을 ‘국토부 갑질’로 규정하고 성토한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진에어 면허취소 관련 청문회를 열고 연내 최종 결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2008년 6월 개정된 항공법은 외국인 등기이사를 등재할 경우 ‘면허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사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같은 법 시행규칙 제296조의2 제1항 및 별표31의2(면허취소 등 행정처분 기준) 위반행위 11번조항에는 ‘면허취소’로 명백히 규정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역시 취소 사유가 맞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국토부의 ‘아시아나는 괜찮다’는 해석이 공정한 것인지 현직 변호사들의 법률자문을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법조계가 바라본 항공사 면허취소
<머니S>에 법률자문을 한 전문가는 김예림(법무법인 정향), 홍민(법률사무소 사람인), 강대형(법무법인 현), 손지현(법률사무소 이도) 변호사 등 4명이다.
변호사들이 본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논란 및 면허취소 여부의 핵심은 어떤 시점의 법을 적용하느냐다. 항공법은 최근 20여년간 3차례 개정됐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는 외국인의 국적항공사 등기이사 재직이 면허취소 사유였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임의적 면허취소 또는 정지로 변경됐다. 이후 2012년 면허취소 사유로 다시 개정됐다.
김예림 변호사는 법위반행위에 대해 제재처분을 할 때 ‘행위 시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브래드 병식 박(2004년3월24일~2010년3월26일 등기이사 등재)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최종 등재됐던 시점은 2010년 3월”이라며 “그러므로 당시 항공법 제129조제1항인 ‘재량에 따라 그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따라야 한다”고 해석했다.
홍민 변호사는 “항공사업법 부칙에는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처분 및 과징금을 적용할 때 종전의 항공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제재처분을 할 때 법이 변경된 경우 경과규정을 두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 전 사항에 대해서는 과거의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2002년 12월10일 선고 2001두3228)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외국인 이사가 재직할 당시 항공법 별표기준에 명시된 ‘면허취소’가 큰 효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강대형 변호사는 “행정규칙은 행정관행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내부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행정청(국토부)이 그대로 처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별표기준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의 면허취소 처분을 할 의무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지현 변호사의 입장은 달랐다. 아시아나도 개정 전 항공법에 따라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그는 “별표31의2에 따르면 해당 위반행위 시 면허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항공법 개정의 취지가 해당 위반행위를 이전보다 가벼운 처분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위법행위가 해소됐다는 점과 변경면허를 새롭게 받았다는 점에서 과거의 위반행위로 제재처분을 하는 것은 법적다툼의 소지가 있다. 제재처분으로 발생할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행정청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판단은 국토부의 몫
법조계에서는 이와 같이 국토부가 진에어 사례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을 면허취소 여부 논의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체적인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진에어는 7월30일 면허취소 관련 청문회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계를 내세워 실낱 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진에어가 당초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던 청문회를 공개로 전환하자고 요구한 것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직원들은 자신들의 면허를 취소하려면 아시아나항공도 취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는 진에어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국토부는 이미 아시아나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의 생각이 변함 없는 상황에서 진에어가 청문 과정 중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