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의 걷기여행길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로 향하는 길목이다. 지독한 폭염에도 해 짧아질수록 높아진 하늘, 뭉게구름 피어난다. 쓰름 쓰름…. 사위의 울림은 매미와 쓰르라미에서 귀뚜라미의 주파수로 옮겨간다. 하늘 것, 땅 것, 온갖 것들이 가을을 재촉하는 처서(處暑)다.
이번 처서엔 여름 지나 더위 가고 신선한 가을 맞는다는 절기의 본뜻이 통할까. 아니면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처서 밑 까마귀 대가리 벗겨지는 속담이 들어맞을까. 어쨌든 혹독한 ‘7말8초’의 ‘불가마’ 폭염은 입추부터 한풀 꺾인 모양새다.
폭염이 성가셔 여름휴가 기간 실내에서 갇혀 지냈다면 이젠 산과 바다에 눈길을 줘도 좋겠다. 산바람이나 바닷바람이 솔솔 일어 걷기 좋은 길이 있어서다. 하늘과 땅에 아직은 불의 기운이 완연하나 웬만큼 정점은 찍었을 터. 문을 나서면 꽤 선선한 가을바람이 풀섶길 다독이는 곳. 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의 걷기여행길이다.
◆남해바래길 앵강다숲길(경남 남해)
남해바래길은 경남 남해군을 한바퀴 도는 걷기길이다. ‘바래’는 해산물 채취작업을 일컫는 남해의 토속어다. 옛날 남해 어머니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다. 남해바래길은 총 10개 코스로 이뤄졌다. 이 중 앵강만을 낀 코스가 앵강다숲길이다. 앵강다숲길은 남해바래길 안내 소책자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남해의 대표적인 걷기여행 코스다. 바다를 마주한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다랭이마을을 출발해 홍현마을과 미국마을, 앵강다숲마을을 잇는다. 정겨운 이야기를 품은 마을을 지나다 보면 남해바다의 그림 같은 해안절벽과 방풍림, 청정갯벌도 만난다.
☞ 코스정보: 가천다랭이마을-홍현해라우지마을-두곡월포해수욕장-미국마을-화계-원천횟집촌 14.6㎞(5시간, 난이도 보통)
◆설악누리길(강원 속초)
설악누리길은 척산족욕공원 중심의 순환탐방로다. 속초시내와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 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며 포장로가 많아 걷는 데 어려움은 없다. 설악산 아래서 바라보는 병풍 같은 풍경이 근사하다. 척산족욕공원서 시작한 코스는 설악산 달마봉에서 발원한 청초천의 상류지역을 통과해 피톤치드 가득한 초록의 숲으로 이어진다. 설악자생식물단지(식물원)에는 희귀·자생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수목과 초본류가 식재돼 있다. 바람꽃마을의 살찐 논과 밭을 지나 다시 척산족욕공원으로 돌아오면 여정의 끝이다. 이 설악누리길은 걷기여행의 묘미에 자연생태 탐방과 족욕체험이 더해진 휴양 산책로다.
☞ 코스정보: 척산족욕공원-자생식물단지-바람꽃마을-종합운동장-척산족욕공원 6㎞(1시간30분, 쉬움)
◆수타사 산소길(강원 홍천)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수타계곡과 천년고찰 수타사를 잇는 계곡 물길이다. 거리도 짧고 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가족 나들이에 알맞다. 여름이면 수타사 연못의 연꽃이 관람객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길옆 수타계곡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물색의 소(沼)가 줄줄이 이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계곡 중류를 가로지르는 궝소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빼어나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수타사는 영서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수타사 대웅전은 계곡의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했다는 용담의 전설이 살아있다. 수타사를 에워싼 공작산의 생태숲은 눈과 마음의 티끌을 지우는 데 좋다.
☞ 코스정보: 수타사주차장-계곡길-용담-귕소-귕소 출렁다리-목교-계곡길-수타사생태숲-수타사주차장 6㎞(1시간30분, 쉬움)
◆삽시도둘레길(충남 보령)
삽시도는 충남 보령의 대천항에서 40분 걸리는 섬이다. 섬의 모양이 화살(矢)을 매겨둔(揷) 활을 닮아 ‘삽시도’(揷矢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삽시도둘레길은 삽시도의 서쪽과 남쪽 끝 해수욕장을 잇는다. 섬 서쪽 끝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남쪽 밤섬해수욕장까지 숲길이 이어진다. 거리가 비교적 짧고 급한 오르내림이 없어 걷기 편하다. 삽시도엔 자랑거리가 셋이다. 면삽지, 물망터, 황금골솔 등 삽시도의 세가지 보물 모두를 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다. 진너머해수욕장과 거멀너머해수욕장의 서해 낙조는 장관이다. 또 물때를 맞춰 즐기는 요강수에서의 해루질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해루질은 물 빠진 갯벌에서 횃불을 들고 어패류를 잡는 전통 어로법이다.
☞ 코스정보: 진너머해수욕장-면삽지-물망터 -황금곰솔-금송사(밤섬해수욕장) 5㎞(2시간40분, 보통)
◆칠선-용성간 숲길(경북 성주)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숲길 한곳이 조성됐다. 칠선리에서 출발해 용성리까지 이어지는 ‘칠선-용성간 숲길’이다. 옛 시골의 오솔길과 같은 정감이 묻어있다. 칠선에서 용선까지 능선을 따라 걸으면 초전면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능선길은 완만해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특히 바깥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아 한적한 걷기여행에 제격이다. 아울러 인근의 완정고택, 성주백세각, 유금강산권 등도 둘러볼 수 있어 걷기여행에 역사기행을 엮어볼 만하다.
☞ 코스정보: 칠선리-문치골 3.4㎞(1시간, 쉬움)
◆인현왕후길(경북 김천)
청암사는 폐위된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가 복위를 기원하며 3년간 기도했던 곳이다. 청암사를 둘러싼 수도산 자락에 둥지를 튼 걷기여행길이 인현왕후길이다.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탐방로다. 길에는 장희빈을 비롯해 서인과 남인 사이에 얽힌 갈등을 풀고자 노력한 인현왕후의 노력이 스며있다. 그의 품성처럼 길은 평탄하면서 무리 없다. 무흘구곡에서 백미로 손꼽히는 용추폭포는 땀을 식히기에 좋다.
☞ 코스정보 : 수도리주차장-쉼터-다리-수도계곡 옛길-용추폭포-출렁다리-수도리주차장 9㎞(2시간40분, 쉬움)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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