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멍드는 IT업계-상] 촌극 빚는 ‘규제의 역설’
'공유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낳은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기반의 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관련 스타트업들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앞세워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운수업계의 반발은 물론 관련 기관 및 지자체가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법령을 근거로 높은 진입장벽을 세워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아선 상태다.
한때 카풀앱으로 입소문을 타며 몸집을 키웠던 ‘풀러스’는 최근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렸다.
풀러스는 2016년 ‘안전한 출퇴근 친구’를 모토로 판교와 분당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상대적으로 차량이 심하게 몰리는 지역 특성상 카풀은 최적의 대안이었다. 택시요금보다 30% 가까이 저렴해 이용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가능성을 본 풀러스는 서비스지역을 서울까지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비스가 확대되자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택시업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서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기 때문에 풀러스 서비스가 적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풀러스는 출퇴근시간의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예외규정에 포함된다고 맞섰다. 법에서 규정한 출퇴근시간은 오전 11시 이전과 오후 5시 이후다. 그러나 풀러스가 출퇴근선택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24시간 영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위법을 근거로 경찰에 신고하는 초강수를 던지며 풀러스를 압박했다. 점차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풀러스는 지난 6월 직원 70%를 감원했고 김태호 대표이사마저 사퇴하는 역풍을 맞았다.
차차까지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이자 스타트업 100개사가 모인 연합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내고 규제혁신을 요구했다. 스타트업을 육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범법자 취급하며 시장에서 내쫓았다고 토로했다.
◆규제의 역설, 사라진 논의의 장
공유경제산업에 대한 규제는 철저히 법률에 따른다. 공정경쟁 위반 사업자를 배척하고 산업 생태계의 긍정적 선순환을 유지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모호한 법령이 스타트업을 궁지에 몰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서 말하는 유상운송 조항을 위배하지 않으려면 승차공유서비스로 수익을 내선 안된다. 법무법인에서 법률자문을 구하고 국토부 확인을 받아도 결국 관련조항에 막힌다. 해석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까지 콜버스, 럭시, 티티카카, 풀러스, 차차 등 관련 스타트업이 모두 철퇴를 맞았다.
정부도 스타트업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듯했다. 풀러스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준비했지만 택시업계는 참석하지 않아 논의가 불발됐다. 오랜 기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킨 운수업계의 카르텔에 정부가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관련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하다보니 지자체와 운수업계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모호한 가이드라인은 논란을 키운다. 정부는 최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으로 다시 홍역을 앓았다. 이 정책은 2022년 41.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비만율을 2016년 수준으로 낮추는 프로젝트다. 정책의 일환으로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을 체계화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한 경우 사업진행에 많은 변수가 생긴다”며 “정부가 나서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진입장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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