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인근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강산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했다. 월요일인 20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피트니스센터. 기자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 믿기지 않는 광경이 벌어졌다. 수십대의 러닝머신 중 사람이 없는 기계는 단 3대뿐이었다. 말소리 없이 조용할 거란 기자의 예상과 달리 이날 새벽 6시20분쯤 피트니스센터에는 70명이 넘는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직장인은 물론 60·70대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7시쯤 인근 다른·피트니스센터에 방문했을 때도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 대부분이 새벽 6시쯤 문을 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말 후유증을 겪는 월요일 아침임을 감안했을 때 피트니스센터는 '호황'이었다. 자영업자부터 중소기업까지 하나같이 '살기 어렵다'고 외치는 요즘, 이곳만 불경기가 비껴간 듯 보였다.
이날 새벽 모습은 우연이 아니었을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문화가 보편화됐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걸까. 50여일 가까이 지속되던 폭염이 끝나서일까. 방학맞이 PT(개인트레이닝) 이벤트를 하기 때문일까. 머니S는 피트니스센터 경기를 체감하기 위해 직접 관계자를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불경기 없는 피트니스센터
20일 새벽 6시40분 서울 광화문 인근 헬스장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강산 기자
"불경기요? 헬스장은 별로…."
이곳에서 수년간 피트니스센터 관리인 겸 트레이너로 일해온 A씨는 "헬스장 경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날씨가 좋든 싫든 (워라밸) 문화가 생기면서 운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한동안 폭염이 지속됐는데도 더위를 피하러 헬스장에 손님이 더 많이 왔다. 폭염은 헬스장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피트니스센터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워라밸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운동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도나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정책에 민감한지 묻자 A씨는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이나 최저임금 때문에 운동을 안 하겠나. 헬스장은 영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A씨는 "(경제정책이 바뀐 뒤에도) 실제 매출이 오를 때도 있다"며 "운동으로 몸을 키우거나 건강해지려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장구조와 상관없이 항상 고객은 존재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매체가 많은데 '항상 비슷하다'고 답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경제난과 (헬스장은) 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제도로 '눈치 야근'이 줄어 퇴근시간이 빨라졌어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평소 운동을 즐겨한다는 시민들도 이와 비슷하게 답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심모씨(27)는 "운동을 안하면 몸이 피곤해지는 것 같아서 항상 억지로라도 시간을 낸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건강 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 없이 헬스장과 같은 업계는 불경기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창업자도 '워라밸' 주목
20일 새벽 6시40분 서울 광화문 인근 헬스장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강산 기자
피트니스센터의 호황은 유통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최근 예비창업자들은 피트니스센터처럼 사계절 내내 경기를 타지 않는 아이템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경제불황 지속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아 유통업계 대부분이 울상을 짓는 반면 워라밸세대에 주목한 아이템은 소비를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수년간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던 카페·치킨·술집 등이 저물고 피트니스센터·필라테스학원·PC방·코인노래방 등 사계절 내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아이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외식업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경쟁률이 치열해 폐업하는 음식점이 대다수다. 프랜차이즈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간편한 조리가 가능한 아이템을 이용한 브랜드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불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워라밸 열풍은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다.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를 위해 지갑을 연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워라벨세대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늘린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새해 소비시장을 이끌 신소비계층으로 지목됐다. 워라밸세대의 소비는 상품·서비스 구입을 넘어 경험소비로 확대된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운동, 학업, 취미생활 등을 하는 데 돈을 쓰고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정부도 직장인의 워라밸 확산을 위해 ‘일·생활균형 국민 참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