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주계열 생보사의 실적이 생각보다 부진해서다.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NH농협)사가 보유한 생보사 중 NH농협생명만이 유일하게 업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생명은 업계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B생명과 하나생명은 10위권 밖에 머무르는 상태다. 지주사들이 앞다퉈 생보사 인수에 열을 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험사 인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위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계약서 세부조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부터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나섰던 신한금융은 2조원대에 이르는 높은 인수가에 난색을 표했지만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재는 최종계약만 남겨놨다.
신한금융을 비롯해 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의 '효자'인 시중은행은 순이자마진(NIM) 부문에서 꾸준히 호실적을 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5조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0억원(11.9%) 증가했다. 하반기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주사들은 더 안정적인 수익강화를 위해 비이자이익 부문 성장을 노린다.
곽철승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지주와 경쟁사의 차이가 비은행 부문에서 나타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보험이든 증권이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비은행,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인수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본 것이다. 특히 보험업은 업계 변화에 따른 부침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도 있어 지주사들이 군침을 흘려왔다.
또한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이 대기업 자회사에 걸맞지 않은 실적을 내는 점도 인수 요인이다. 업계 7위권인 신한생명은 지난해 12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전년 1506억원 대비 실적이 20% 급감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인 4286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업계 4위권인 NH농협생명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54억원에 그쳤다. KB생명과 하나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11억원, 138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계열 생보사들의 실적전망도 어둡다. 지주계열 생보사들은 동계열 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 농협생명과 KB생명,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설계사, 대리점 수익보다 높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탓에 설계사 판매조직이 경쟁사들보다 약해서다. 결국 은행 창구에서 영업하는 방카슈랑스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는 저축성보험 위주로 상품이 판매돼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 입장에서는 판매부담이 커졌다. 저축성보험은 나중에 돌려줘야 할 보험금이 모두 부채로 잡혀 새 회계기준 도입 시 재무부담이 커진다. 결국 보험사들은 재무부담이 큰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지주계열 생보사들도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실제로 신한생명의 올 상반기 신계약 기준 보장성보험 비중은 93.4%에 달했다. 농협생명도 보장성보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수보험료가 높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 당분간 지주계열 생보사들의 실적은 반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지주계열사 생보사들은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 설립이 당국 규제로 막힌 상태다. GA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를 뛰어넘는 등 GA는 보험업계에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주계열 생보사들은 금융지주법상 자회사형 대리점 설립이 어려워 새로운 수익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내년부터는 GA의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관행도 금지돼 자회사형 GA가 없는 보험사들은 GA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의 아픈 손가락, '인수'로 치유할까
신한금융과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금융은 KB생명의 부진한 실적이 아쉽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1조9150억원으로 순이익을 달성하며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지켰다. 올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지주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여기에는 비은행 부문 계열사 선전이 한몫했다. KB증권과 KB카드, KB캐피탈 등은 모두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KB금융의 계열 손해보험사 KB손해보험은 출범 3년간 꾸준히 순이익이 늘며 효자계열사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반면 KB생명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108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47.6% 실적이 떨어졌다. 올 1월 허정수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상반기 실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분위기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도 KB생명의 계속된 부진 때문이다. 효자계열사로 떠오른 KB손해보험도 LIG손해보험 인수로 시장에서 자리잡은 사례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KDB생명이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동양생명 등을 다시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업계 불황이 커지고 있어 보험사들이 자체적인 전략으로 실적을 높이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지주사들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보험사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 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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