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SK케미칼(유공)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해 판매했다. 2년 뒤 옥시레킷벤키저(옥시)도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출시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연평균 60만개가 팔려나갔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11년 8월31일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논란이 처음 불거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불명의 폐 손상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했다. 200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 PHMG는 흡입할 경우 폐 섬유화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해 11월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 수거 명령을 내렸다. 당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시장점유율은 약 50%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7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난 뒤 흐른 시간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역학조사 발표 이후 2012년 질본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조사에 착수했고 현재까지 4차 피해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피해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모두 6040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생존자는 4705명, 사망자는 1335명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이 문제를 사회적 참사로 처음 규정하고 1년 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 현장 공무원들의 태도가 소극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엔 5단계가 있다. 피해가 ‘거의 확실’,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으로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뉜다.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판정할 수 없는 판정 불가단계도 있다. 정부나 기업의 피해 지원금은 1~2단계 피해자에게 주어진다.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피해를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의 피해구제 방식은 “내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썼고 그 이후로 전에 앓은 적 없는 질병을 얻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당시 살균제를 샀던 영수증이 없어 또는 질병이 생긴 전 후로 병원에 가지 않아 질병 유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피해자 측은 “가해자인 기업이 우리 살균제와 저 사람의 질병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기업이 모두 50곳에 이르는데 사과와 함께 배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옥시 한 곳 뿐이라는 점도 피해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특별법까지 시행됐지만 피해구제는 지지부진하다. 과학적 입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SK케미칼이 만들어 판 살균제 피해자들은 배상은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에 나온다던 독성실험 결과도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그나마 옥시는 지난해 여름 옥시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이후 피해자 보상을 시작했다. 옥시는 최근 정부의 4차 조사에서 1~2단계 피해 판정을 받은 옥시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을 발표하고 배상 신청 등록을 시작했다.

지난 8월까지 정부의 1, 2차 조사에서 1~2 단계 판정을 받은 옥시 피해자 99.5%, 3차 조사에서 1~2 단계 판정을 받은 옥시 피해자 중 83%와 합의를 완료했다. 현재까지 개별 피해자 배상에 약 1450억원, 정부 특별구제기금 납부에 674억원 등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에 총 2100여억원을 지출했다.

전문가들은 제품제조나 판매, 원료물질 활용 촉진 등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얽혀 있는 타 기업들도 결국 책임과 사과, 피해 보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선 살균제와 관련된 실험 결과가 조속히 나오고 정부의 피해 조사도 신속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살균제 피해를 조사하는 제2기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오는 10월에야 본격 가동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