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향하는 총수들
올 들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 한달에 한번 꼴로 해외출장길에 오르며 인공지능(AI), 전장사업, 5G 등 그룹의 미래먹거리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협력을 모색 중이다.
그중에서도 AI에 특히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의 출장과 맞물려 삼성전자는 한국 AI 총괄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지난달 초에도 이 부회장이 찾은 캐나다 몬트리올에 7번째 AI 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최근 걸음 폭을 넓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초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3박5일간 체코와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을 도는 강도 높은 일정이었다. 이번 출장에서 정 부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유럽시장의 생산법인과 판매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현대·기아차는 미·중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유럽에서는 100만대 판매 돌파를 앞둔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남은 4분기 판매를 비롯해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차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월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은 현재 수입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정 부회장은 현지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 예외 등을 건의하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 들어 글로벌 무대에서 ‘사회적가치’를 전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가치란 기업이 경제적가치 외에도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SK그룹은 현재 최 회장의 주도 아래 ▲더블바텀라인(DBL) 경영 ▲공유 인프라 프로젝트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을 핵심 축으로 하는 ‘뉴SK’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올 들어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설파했고 11월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20회 니케이포럼 세계경영자회의’에서 국내 기업 총수 최초로 사회적가치를 강연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총수에 취임한 지 4개월가량인 까닭에 아직 눈에 띄는 글로벌 행보는 없다. 그러나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에 4대그룹 총수로 참여한 것을 기점으로 대외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술개발·인재육성에 사활
4대그룹 총수들은 미래성장을 위한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도 역량을 쏟는다. 혁신과 도약의 기반이 인재와 기술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9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방문해 기술전략회의를 열었다. 종합기술원은 삼성의 미래사업 선행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앞서 8월에는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육성 부문은 AI에 우선적으로 집중한다. 삼성은 2020년까지 1000여명의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우수 인재와 기술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AI 연구센터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4년간 성능·디자인·미래 기술·상용차 부문에서 외국인 임원 13명을 영입했다. 또한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자신이 주도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설립하고 미래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 들어서는 싱가포르 그랩, 미국 메타웨이브·미고스·솔리드파워, 호주 카넥스트도어, 인도 레브 등과 지분투자 또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SK텔레콤·한화자산운용 등과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운영 중이며 최근 미국 AI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딥 체인지 주체는 결국 사람(인재)이고 딥 체인지의 핵심은 기술(테크)에 있는 만큼 일하는 방식의 인적자원(HR)제도 혁신과 연구개발(R&D)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는 기술기반의 리더십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또한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분야에서 집중 육성해야 할 핵심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술 등 R&D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융복합 가속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도 인재와 기술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LG그룹의 융복합 R&D 클러스터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 공통 핵심기술인 AI, 빅데이터, AR·VR 분야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키로 하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인재 확보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 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