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생리대 포장지에 모든 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전 성분 표시제가 도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리대 안전성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리대 포비아’는 여전하다. 지난해 유해 생리대에 이어 최근 라돈 생리대까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관련 논란을 둘러싼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생리대 파동] ② 일회용 생리대 대안 찾는 소비자들

/사진=뉴시스

여성은 10대부터 50대까지 약 500회 생리를 한다. 회당 기간은 평균 5~7일이며 생리대는 3~4시간마다 갈아주는 것이 권장된다. 한달에 30~42개의 생리대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생리대는 여성의 삶에 밀접한 생필품이지만 안전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생리대의 유해물질 논란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6일 한 매체는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기준치 148Bq의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시중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린지 1년여 만이다.


식약처의 발표에도 잦아들지 않던 불안감은 최근 라돈 생리대 논란으로 증폭됐다. 발단이 된 오늘습관 생리대는 유기농 제품으로 인기를 끌던 터라 소비자들의 충격이 더욱 컸다. ‘생리대 포비아(공포증)’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면 생리대, 생리컵 등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재가 조명받고 있다. 

면 생리대. /사진=여성환경연대

◆대안 생리용품 뭐 있나
직장인 이희수씨(30)는 최근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신으로 면 생리대를 구매했다. 이씨는 “지난해 생리대 파동 이후 줄곧 유기농 제품을 써왔는데 이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최근 라돈이 검출된 생리대도 친환경 제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 생리대는 다소 불편하지만 내 몸을 위해 감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면 생리대는 화학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에 닿는 부분이 모두 면으로 돼 있어 피부 질환이나 생리통 등 부작용에 비교적 안전하다. 또 재사용이 가능해 비용과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면 생리대는 일회용이 아니어서 외출 시 사용한 생리대를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세탁 시엔 찬물에 오래 담가 둬야 하며 친환경세제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장점이 훨씬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원생 김모씨(25)는 지난해 생리대 파동 이후 면 생리대에 정착했다. 김씨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는 생리대로 인한 내 몸의 고통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면 생리대를 쓴 이후 그간 일회용 생리대를 쓰며 겪은 생리통, 냄새 등은 생리 자체의 고통이 아닌 화학물질에 의한 반응이라는 걸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면 생리대 수요는 급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생리대 생산실적은 61억2663만원으로, 전년 21억2456만원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일회용 생리대 생산실적은 2497억3647만원으로 전년 2861억655만원에 비해 12.3% 감소했다. 

생리컵. /사진=여성환경연대

생리컵의 도입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생리컵은 국내에 유통‧판매되지 않았다. 릴리안 생리대 사태가 터질 당시 여성들이 해외직구 사이트에 몰린 이유다. 수요가 늘자 식약처는 지난해 12월에야 생리컵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올 초부터 국내에서 직접 제조‧판매하도록 허가했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생리용품으로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대개 높이 5~6cm, 입구 지름 4~5cm의 종 모양을 하고 있다. 생리컵의 입구를 C자형, E자형, S자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접어 여성의 질에 삽입하면 생리컵이 펴지면서 질 벽에 고정돼 생리혈을 받아낸다. 양에 따라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물로 세척해 재사용이 가능하다.
생리컵 도입에 여성들은 환호했다. 안전성뿐만 아니라 활동성, 경제성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생리컵은 개당 2만~4만원이며 2년 간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또 질 내에서 생리혈을 받기 때문에 활동하기에 편하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생리컵 사용 이후 생리통이 줄고 생리혈이 좋아졌다는 후기가 많다.

1년 넘게 생리컵을 이용 중인 윤모씨(28)는 “생리컵을 만난 후 신세계가 펼쳐졌다”며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쓰레기가 안 나오는 것은 물론 생리통이 줄었고 잘 때나 운동할 때도 편하다”고 밝혔다.

현재 생리컵은 국내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살 수 있다. 약국·마트·편의점·H&B(헬스뷰티 스토어) 등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4개사 제품이 판매 가능한 허가를 받았고 5개사는 품목허가 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G마켓·옥션·쿠팡·티몬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생리컵을 판매하고 있다. G마켓의 경우 올 상반기(1~6월) 기준 면 생리대와 생리컵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옥션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34% 올랐다.

국내 첫 허가된 생리컵 페미사이클 제품.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대체재 더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하지만 아직까지 면 생리대와 생리컵의 진입장벽은 높기만 하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유해성 측면에서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안전을 위해 대체재를 선택한 만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면 생리대 구입 시 형광증백제, 화학염색 등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구입 직후에는 한번 세탁하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작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생리컵은 본인의 신체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리기간에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질 입구에서 자궁경부까지의 길이를 확인한 뒤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가락이 두마디 이상 들어간다면 질의 길이가 긴 편으로 분류된다.

또 생리컵은 말랑말랑하거나 딱딱한 재질로 나뉜다. 초보자는 말랑말랑한 재질의 컵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다만 생리컵이 부드러우면 삽입하기 편하고 이물감이 덜한 반면 질 안에서 완전하게 펴지지 않을 수 있다.

사용 전에는 깨끗한 물로 씻고 끓는 물에 약 5분 동안 생리컵을 소독해야 한다. 삽입할 때는 생리컵을 접은 후 꼬리 부분이 질 내부로 들어갈 때까지 밀어 넣는다. 제거할 때는 생리컵 표면을 살짝 눌러 공기를 뺀 후 질 내로 손가락을 살짝 넣어 꼬리를 잡고 천천히 당겨서 빼낸다.

사용 후에는 깨끗한 물로 씻어서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제품이 변형되거나 피부 자극이 커질 수 있으므로 전자레인지나 알콜을 이용해 세척·소독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제품은 사용하면 안 된다.

생리컵은 사용 중 알레르기 반응, 이물질로 인한 불쾌감이나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2015년 캐나다 학술지에 의하면 ‘독성쇼크증후군’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독성쇼크증후군은 체내에서 독소를 만들어 내는 포도상구균에 의해 발생되는 급성질환이다. 해당 사례는 생리컵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질 내부에 상처가 났는데도 생리컵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식약처는 ▲독성쇼크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 ▲실리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 ▲질 내 가려움증이나 질 분비물 증가 등으로 진균 또는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생리컵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