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1자락길은 경북 영주시 선비촌에서 삼가주차장까지 12.6㎞ 구간이다. 선비길(3.8㎞)과 구곡길(3.3㎞), 달밭길(5.5㎞)로 구성된다. 특히 구곡길을 중심으로 가을 야생화가 아름답다. 소백산자락길안내소를 출발점 삼아 죽계구곡을 끼고 초암사까지 오른다.
계곡을 낀 길가로 나도송이풀, 세잎쥐손이, 이질풀, 고마리, 투구꽃, 용담 등이 꽃을 피운다. 구곡길 야생화는 겉모습이 화려하기보다 가까이 들여다볼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꽃이 많다. 죽계구곡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가 더한다. 조금 짙은 단풍을 같이 보고 싶으면 달밭길을 이어서 걸어도 좋겠다.
1자락길은 역사와 문화, 생태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자락길의 자락은 ‘논밭이나 산 따위의 넓은 부분’을 가리키지만 ‘스스로 즐긴다’(自樂)는 뜻도 있다. 가을날의 야생화 역시 ‘자락 거리’ 중 하나다.
알찬 구곡길은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하게 가을 들꽃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완만한 오르막이라 가을날 느긋한 산책 코스로 무리가 없다.
소백산자락길안내소 가까이 나도송이풀 몇몇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도송이풀은 우리나라 산과 들의 양지 바른 곳에서 볼 수 있다. 초가을 전후로 자주색 꽃을 피우며 크기가 작고 앙증맞다. 너도밤나무처럼 이름이 재미난데 원래 송이풀이 따로 있다. 나도송이풀은 송이풀과 비슷해서 ‘나 또한 송이풀이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속의 식물이다. 잎 속에 밥풀 같은 것이 있어서 꽃말이 ‘욕심’이다.
고마리도 수시로 등장한다. 초가을 전후로 꽃이 피는데 형태와 개화 시기, 잎 모양에 변이가 많다. 같은 고마리도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물을 깨끗하게 해서 ‘고마우리’라고 부르던 게 고마리가 됐다고도 하고 꽃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꽃망울을 활짝 열기 전에도 꽃 같은데, 꽃잎을 열면 그 작은 몸짓에 탄성이 절로 난다.
초암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좀 더 오르면 초암사다. 의상조사가 부석사를 창건하기 전에 임시 거처로 지은 초막이 있던 자리다. 삼층석탑 한 기를 품은 포근한 사찰이다. 앞뒤로는 죽계구곡 1~4경이 있다. 계곡 위로 슬며시 가을 단풍이 계절을 밀고 당긴다. 자박자박한 걸음 따라 ‘자락’이 더한다. 단풍보다 붉은 사과 또한 달콤한 향기를 전한다. 야생화는 초암사를 지나며 줄어든다. 대신 가을빛이 물씬 풍긴다.
초암사에서는 국망봉 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지나 가벼운 산행을 원할 때는 달밭길을 지나 비로사 방면으로 하산한다. 달밭길은 성재를 중심으로 순흥과 풍기의 달밭골로 나뉘지만 행정구역의 의미일 뿐이다. 그저 고개를 넘는 정도라고 할까.
달밭골 사람들은 달이 밝아 달밭이라 하는데 다락밭(계단밭)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달 밝은 골짜기의 심상을 지워낼 수 없다. 성재를 넘어 풍기 쪽 달밭골로 내려설 때는 침엽수림이 무성해 피톤치드의 맑은 기운을 만끽한다.
달밭골 순흥 방면에 초암사가 있다면 풍기 방면에는 비로사가 반긴다. 비로사 역시 이 일대 사찰처럼 의상조사의 발자취다. 의상이 제자 진정의 효심에 탄복해 그의 어머니가 죽자 초가를 짓고 화엄경을 강의한 터다. 경내 적광전에 석조아미타여래좌상(보물 996-1호)과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996-2호)이 있다. 영주삼가동석조당간지주(경북 유형문화재 7호)가 과거 비로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달밭길을 넘지 않을 계획이라면 소수서원(사적 55호)을 돌아본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서원의 시작이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우고 퇴계 이황이 나라에 건의해 최초로 사액을 받았다. 문성공묘와 명륜당, 죽계천 옆 경렴정, 초입의 솔밭을 둘러보자. 선비촌이 들어선 뒤에는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적잖은데 은은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선비촌과 다른 여운을 남긴다.
대중교통(서울-영주 버스) 정보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회(06:15~21:4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4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영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드림마트 맞은편 정류장에서 순흥 방면 시내버스 이용, 배점2리 하차, 소백산자락길안내소까지 도보 300m.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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