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타워 본관_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업계 ‘빅3’로 꼽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패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순항하는 듯 하더니 위축된 소비심리와 트렌드 변화, 시장 정체 등이 겹치면서 흔들리는 모양새다. 업계 순위는 빅3와 멀어진지 오래. 매출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암울한 3분기 성적표… 4분기도 ‘글쎄’

당장 3분기 성적이 암울하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FnC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65억원에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51.5% 하락한 수치다. 이익률 역시 –3.3%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7,8,9월 패션 비수기 진입과 올 여름 특히 더웠던 날씨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며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고 잘 팔리는 4분기 패션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3분기 전략적으로 이월제품을 처리한 뒤 성수기 효과가 겹치면 통상 3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겨울은 패션부문의 최성수기로 분류되지만 날씨, 트렌드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저조할 경우 연매출이 1조원에 못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코오롱FnC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363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한 해 매출은 1조원을 턱걸이로 겨우 넘긴 1조967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0년 1조 클럽에 첫 가입할 당시 매출(1조1068억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코오롱FnC는 2013년 1조3147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4년 1조2490억, 2015년 1조1516억, 2016년 1조1372억원 등 4년 연속 매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오롱FnC의 실적 부진은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영향이 크다. 코오롱스포츠의 브랜드 비중은 코오롱FnC 전체 사업부의 절반에 달한다. 2010년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연매출 4200억원에서 매년 신장하며 5000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경쟁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곧바로 로드숍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도 직영점과 대리점, 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전국 268개였던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지난해 248개, 올해 230여개로 줄어들었다. 하반기 추가 철수 매장까지 고려하면 매장 수가 200개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층에 국한된 타깃 전략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는 지적이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아웃도어를 즐기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10~20대 등 젊은층을 공략해 매출을 끌어간 반면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중장년 고객층에만 집중한 결과 점점 시장의 흐름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노스페이스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나중에 성장하면 또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찾기 때문에 타깃을 넓히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며 “‘노땅’ 브랜드라는 인식이 박힌 코오롱 입장에선 몇년 전 잘 나갈 때 벌어들이는 이익이 현재 이익이 될 것이란 보장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 브랜드 전략이 어긋났다는 얘기도 많다. 코오롱스포츠가 아웃도어업계 선두주자라는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상태. 석정혜 디자이너가 떠난 ‘왕년의 효녀’ 쿠론 핸드백 역시 예전만 못하다. 과거에 인수한 브랜드 슈콤마보니와 럭키슈에뜨는 그나마 잘 되고 있지만 젊은 콘셉트와 상반되는 높은 가격으로 대중성이 떨어진다. 노후한 골프브랜드 엘로드를 접고 젊은 감각의 ‘왁’을 출시했지만 실탄이 부족해 마케팅 여력도 없는 상태라는 게 안팎의 얘기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가 고객층 확장을 위해 지나치게 공격 일변도의 전략을 고수했다고 꼬집는다. 최근에는 경쟁업체인 한섬으로부터 프랑스 여성 패션 브랜드 이로(IRO)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인수하며 여성복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지만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데다 기존 스포츠와 캐주얼 중심의 불안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코오롱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강자들의 시장 재편… 해법은?

코오롱FnC가 느린 걸음을 걷고 있는 사이 패션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새로운 패션 강자로 떠오르는가 하면 리빙 소품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키우거나 식음료사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2016년 712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2286억원으로 뛰었고 단숨에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널(SI)은 2011년 톰보이를 인수해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함께 1000억원대 메가브랜드로 키웠으며 리빙브랜드 자주 역시 비중있게 성장했다. 최근엔 프리미엄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LF도 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휠라코리아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제2전성기를 맞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잘나갔던 브랜드들이 밀리고 신흥 강자들이 패션업계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며 “코오롱FnC도 몇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브랜드 재도약에 대한 고민을 해왔지만 현재 이렇다 할 신규 사업이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에 여전히 한계를 보이는 등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코오롱FnC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확장 보다는 온라인 코오롱 몰을 키우는 등 패션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이미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구축되어 있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성공시키느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백기사였다.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도 기대이상의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면서 회사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제 그때의 명성을 되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