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성오_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지난 6월2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OECD 평균을 넘는다는 것에 놀라워 했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올 3분기 대형게임사들이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전체 게임업계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내 출시하기로 했던 타이틀을 내년으로 미루는 업체들이 생기면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신작 출시일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이런 주장이 게임업계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적응기간을 피력하며 간접적인 수긍의사를 보였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국내 환경변화에 따라 일정부분 변화가 있었지만 현재는 안정화 단계”라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게임업계 개발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근무환경 변화가 성장동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악화의 근본적 원인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개발환경 변화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기준에 해당하는 게임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게임빌, 컴투스, 펄어비스,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웹젠, 스마일게이트 등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다양하게 분포됐다.

이 중 3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넷마블, 엔씨소프트, 게임빌, 컴투스 등 4개 업체의 하락폭을 살펴보면 매출은 각각 9.6%, 44.4%, 6.2%, 4.7% 줄었고 영업이익의 경우 39.8%, 57.9%, 64.7%, 23.0%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본사.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일각에서는 지난해보다 신작출시 규모가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근무환경 변화를 지목한다. 지난해 신작 11종을 공개한 넷마블은 현재 7종만 출시한 상태로 2016년 15개와 비교해 절반 규모며 17개 게임을 출시했던 넥슨도 올해 14개를 내놓는 데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시간의 제약이 생겨 출시를 미뤘고 그 결과 실적이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대형게임사의 고위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개발 환경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해진 인력과 시간 안에서 신작을 개발하다 보니 출시일정이 불확실해진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근무환경의 변화가 신작부재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사실이려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모든 게임사의 실적이 하락했어야 한다. 넥슨은 올 3분기 매출 693억3200만엔(약 6961억원), 영업이익 237억2100만엔(약 2381억원), 순이익 23억500만엔(약 223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3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기간 펄어비스와 웹젠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97.2%와 165% 늘었다. 특히 양사는 ‘검은사막’과 ‘뮤’ 지식재산권(IP)만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며 신작 개수와 관계없이 높은 실적을 거뒀다.

◆근본적 원인, 트렌드와 구조에 있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의 수익 하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 IP 기반 모바일게임의 출시 기저효과로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리니지M 기저효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해외사업 전략의 변화가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수익 감소 이유를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신작 출시지연으로 보기는 어렵고 근본적 원인이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배수찬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장은 신작게임 출시가 점차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시장의 흐름 변화와 그에 따른 제작기간 장기화를 꼽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게임사들은 수년 전부터 A급 게임의 경우 제작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했고 이미 유연근무제 등 주 52시간 근무제와 상응하는 근로형태를 도입했기 때문에 사실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배 지회장은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크런치모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리며 장기적으로 게임 유지·보수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해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인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나 경영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 개발 효율성 맞춰 시스템 재편해야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기획단계부터 철저한 분석을 통해 완성도 중심의 개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위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부터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게임 개발 시간이 한정적일 수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개발인력 채용 및 개발 환경변화를 재검토할 수 있었다”며 “게임개발 기간과 수익성을 연결짓는 것은 개발환경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 교수는 “게임업계가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지금까지 쌓아온 개발 노하우를 장·단기 전략에 맞춰 시스템화하는 작업과 IP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