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납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15일 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전자 등 15개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그러나 말이 '독려'일 뿐 사실상 강제성을 띈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5개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기금조성의 미흡함을 질타하며 출연을 촉구한 바 있기 때문.
잇따라 기업을 대상으로 기금출연을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기업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기부금을 납부했다가 언제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정권에서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납부했다가 뇌물을 공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 때문에 2016년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현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9명의 총수가 국정조사에 출석해 기부금 납부를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총수들은 한입으로 '기업입장에서는 정부가 명분을 내세워 기부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하면 낼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으나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조 이후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던 특검은 일부 기업의 출연 기금을 '뇌물'로 판단해 총수를 법정에 세웠고 뇌물공여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지금도 '정경유착'이라는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한 의원은 "이 기금을 내도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는 절대 세우지 않겠다는 확신을 드릴 테니 적극 도와달라"라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 변화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의 기부금의 성격을 어떻게 재규정할 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경영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정권마다, 정책마다 관행처럼 기업을 옭아매려는 것 같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은 국조 당시 국회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위원이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앞으로도 명분만 맞으면 (정부의 요구에) 돈을 낼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구 회장은 "불우이웃을 돕는 일은 앞으로도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재차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국회가 입법을 해서 막아달라"고 작심발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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