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표정이 엇갈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방식을 두고 입장차가 뚜렷하다. 대기업은 정부 정책이 사실상 대기업을 옥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다 시장경제원칙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경제선순환 생태계를 바로잡고 공정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이익, 중소기업에 나눠라?
중소기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들의 혁신노력을 자극해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정보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고 공동의 노력으로 달성한 재무적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대·중소기업간 영업이익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대기업은 강력히 반발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는 판단에서다. 참여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은 미참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과 맞물려 참여를 압박하는 준강제적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기업의 이익을 사실상 강제 배분할 경우 대기업의 경영활동은 위축되고 부품 납품기업의 해외 변경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협력이익공유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협력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48.5%), ▲대기업 재산권 침해(20.7%), ▲경영활동의 자기부담원칙위배(18.7%) ▲주주 재산권 침해(11.1%) 등을 꼽았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의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기업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곳에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뜨거운 감자 상법개정안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시정연설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요청하면서 여당과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중심으로 개정안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상법개정안을 통해 공정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며 “공정경제가 실현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대기업집단이 공정한 규칙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상법개정안 통과가 기업의 위험부담을 높일 것으로 우려한다. 대주주의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총에 따르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들은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 필’ 제도 중 한가지 이상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최근 여당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대상을 벤처기업 우선으로 한정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 친재벌 기업이라며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1년에도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추진했으나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반대여론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경영권 방어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어 기업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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