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Air 737 MAX 8-1 /사진=제주항공 제공

정부가 항공업계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자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그동안 ‘괜찮겠지’ 하던 것들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동안 정부는 이른바 ‘물세례 갑질’이나 ‘땅콩회항’ 등의 사태를 겪으며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부분이 있는 만큼 기강을 바로세운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먼저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14일 항공분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개최, 항공위험물 20건을 승인 없이 운송한 제주항공에 과징금 90억원을 부과했다.

리튬배터리 등 항공위험물은 비행 중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항공운송 시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승인 없이 20건의 항공위험물을 운송, 지난 1심에서 과징금 90억원을 부과 받았고 재심에서도 원 처분이 유지됐다.


제주항공이 이처럼 엄청난 과징금을 낸 배경은 초소형 리튬배터리가 포함된 시계를 운송했기 때문이다. 항공위험물운송기술기준 ‘별표24’에 따라 승객 또는 승무원이 운반하는 초소형 리튬배터리를 위탁수하물 등으로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만큼 항공안전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 또 화물의 분류형태에 따라 위험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 만큼 화물운송이나 위탁수하물이나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전 허가 없이 운송했다가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아울러 이번에 심의위원회에 새로 상정된 5건 중에는 주기장에서 후진을 하다 조종사의 실수로 항공기의 앞바퀴가 손상되는 사고를 낸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에 각각 과징금 3억원, 항공기 내 탑재서류를 구비하지 않은 채 운항한 이스타항공은 과징금 4억2000만원, 확인정비사 자격기준 등을 위반한 에어인천은 과징금 500만원, 객실여압계통 이상으로 회항한 대한항공은 과징금 6억원 처분이 내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안전법령 위반에는 엄격한 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프백드롭 장면. /사진=인천공항공사 제공

이처럼 정부가 강화된 기준을 세운 건 우리나라 항공시장규모가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9월 기준 항공여객은 지난해보다 4.1% 늘어난 939만명이었고 특히 6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분담률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국제선의 LCC 분담률은 2014년 9월 기준 14.9%였지만 올해는 27.8%로 치솟았다. 게다가 신규 운송허가를 기다리는 업체도 3곳이 넘는다.
이에 정부는 운수권의 신규배분제한과 항공사 임원의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앞으로 사망이나 실종 등 중대사고를 일으키거나 항공사(또는 임원)가 관세포탈, 밀수출입 범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최대 2년간 새로 배분되는 운수권을 신청할 수 없다.


아울러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임원 논란을 겪은 만큼 항공사 임원제한은 앞으로 형법(폭행, 배임․횡령 등), 공정거래법(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조세범처벌법(조세포탈), 관세법(밀수출입, 관세포탈)까지 대상법률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 등 국가기간망을 이용해 영업하는 항공사업의 특수성을 고려, 그룹 내 계열 항공사 간 등기임원 겸직을 금지했다.
진에어, B737-800 /사진=진에어 제공

특히 항공사 면허관리 제도를 개선, 면허발급 이후에도 주요 변동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했으며 처벌규정도 면허취소 외에 사업정지, 위법기간에 배분한 운수권의 환수, 위법기간 중 발생한 매출액의 3% 범위 내 과징금 부과 등 제재수단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 마련된 방침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항공사의 경영문화가 개선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논란에 휩싸인 정부 스스로 기준을 바로세운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제는 항공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