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은 잦은 고장과 혼잡으로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우후죽순 지하철 개발과 아파트 건설은 부동산 가격을 이상폭등시켰다. 그럼에도 수도권 지하철 개발은 멈추지 않을 태세다. 이달 개통한 9호선 연장사업에 이어 4호선 진접, 5호선 하남·김포, 7호선 양주·청라, 8호선 별내·판교, 위례신사선 등을 연장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꼭 필요하지만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하철. 해법은 없을까. <편집자주>
[늘어나는 지하철-하] ‘지옥철’ 해법은 없나
# 오전 7시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직장인 김진형씨는 빽빽이 엉켜있는 사람들 사이에 몸을 실었다. 열차가 8호선 환승역인 석촌역을 지나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자 옆 사람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혼잡해졌다. 선정릉역과 신논현역에는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충돌하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김씨는 “지하철 노선이 늘면서 혼잡도가 극심해졌다. 출근하기 전에 진이 빠질 정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9호선의 혼잡도는 최대 233%에 달한다. 100명이 타는 객실에 233명이 탄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9호선에 8개역을 추가했지만 급행운행 부족, 증차계획 지연으로 시민의 출퇴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수요예측 오류… 다단계 위탁 문제
서울시에 따르면 9호선 추가개통으로 하루 평균 12만명이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다. 9호선이 연장 개통된 첫날, 지난 3일 총 이용객은 지난주 대비 6.4% 증가한 14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승객이 늘면서 9호선은 극심한 혼잡에 시달린다. 서울시가 9호선 급행열차 18대를 전부 4량에서 6량으로 증편키로 했으나 국토교통부 승인심사에서 서류가 누락돼 열차가 일부만 늘어난 결과다.
9호선 급행열차 18대 중에서 12대는 6량, 6대는 4량이다. 이용객은 늘었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좁다. 배차간격은 더 벌어졌다. 지하철이 들르는 역이 추가되자 출근시간대 배차시간은 40초~1분30초 늘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는데 좁기만한 지하철이 야속하다.
시민들은 9호선 3단계 연장 후 출퇴근 환경이 더 악화됐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홈페이지는 연장 개통 후 이틀 만에 50여개의 민원이 올라왔다. 9호선 3단계 구간 연장 후 ‘열차를 증편해달라’, ‘배차간격을 줄여달라’는 요구다.
2009년 7월 개통한 9호선 열차는 6량으로 설계됐다. 1~4호선이 10량, 5~8호선이 8량인 것과 비교하면 소형이다. 당장 열차를 증편, 증량하려면 지하철역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하지만 9호선이 가장 늦게 만들어진 탓에 고속터미널, 김호공항 등 11개의 환승역을 뜯어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하철 9호선의 복잡한 운용구조도 지옥철 원인으로 꼽힌다. 지하철 9호선은 1단계 25개 역사를 담당하는 민간기업인 서울9호선운영과 2·3단계 13개 역사를 맡은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이 나눠 운영한다. 1단계 25개역과 2단계 5개역 등 총 30개역을 오가는 지하철 운행은 1단계 소속과 2·3단계 소속 기관사가 번갈아 가며 맡는다. 서울시가 9호선 전부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 열차의 증량과 증편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9호선은 기형적인 사업 및 운용구조를 갖고 있다”며 “민간업체는 차량을 적게 운영해야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어 지하철 증량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영화 대두, 일본 ‘시차비즈’ 벤치마킹
서울시 9호선 열차가 통근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민단체와 지하철 9호선노조는 공영화를 강조한다. 9호선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처럼 완전한 공영화를 이루면 현장 인력부족, 열악한 노동조건이 나아져 지하철 운행이 더 수월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9호선 시민사회대책위 측은 “그동안 71억원이 기술자문료라는 명목으로 10억원을 투자한 프랑스 운영사에게 돌아갔다”며 “9호선이 공영화되면 지옥철 문제에 시달리는 시민과 노동자의 피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의 출근길 애로사항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 최악의 지옥철로 불리는 일본은 기업이 직접 나서 직장인의 출퇴근 피로를 덜어주고 있다. 일본 도쿄시는 지난해부터 출퇴근시간 조정캠페인 ‘시차비즈’(Jisa Biz)을 진행 중이다. 출근시간을 다르게 잡아 대중교통 혼잡을 줄이고 업무능률을 올리려는 취지다.
도쿄 지하철의 혼잡도는 150~230%로 극심한 수준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 혼잡도가 최대 20%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시는 시차비즈 참여기업을 800여개로 늘려 도쿄올림픽 전에 지옥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화이자 등 글로벌 IT그룹은 직원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이른 출근을 독려하거나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했다.
정재우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연근무제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효과를 고용주가 인지하고 정부와 기업이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 직무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안전이용, ‘당신은 몇 점?’
☞체크 수 0~4개(높음), 5~9개(중간), 10~14개(낮음)
대중교통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시민의 대중교통 에티켓이 개선되지 않아 피로가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이용객의 안전의식이 개선될 경우 지하철 혼잡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지하철 안전 이용점수를 체크해보자.
√ 출입문이 닫힐 때 무리하게 뛰어 탄 적이 있다
√ 출입문에 가방 등이 끼인 적이 있다
√ 승강장과 열차 사이를 살피지 않고 승차한다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뛴 적이 있다
√ 승강장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면서 뛴 적이 있다
√ 장난치다가 타인의 이동을 방해한 적이 있다
√ 하차객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탄 적이 있다
√ 열차 출입문 등에 몸을 기댄 적이 있다
√ 서서 갈 경우 손잡이를 잡은 적이 없다
√ 비상개방장치를 긴급상황이 아닌 때 쓴 적이 있다
√ 비상통화장치를 위험상황이 아닌 때 쓴 적이 있다
√ 승강장 노란 안전선 밖에서 기다린 적이 없다
√ 열차를 기다릴 때 유모차 바퀴를 고정하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9호선은 기형적인 사업 및 운용구조를 갖고 있다”며 “민간업체는 차량을 적게 운영해야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어 지하철 증량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영화 대두, 일본 ‘시차비즈’ 벤치마킹
서울시 9호선 열차가 통근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민단체와 지하철 9호선노조는 공영화를 강조한다. 9호선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처럼 완전한 공영화를 이루면 현장 인력부족, 열악한 노동조건이 나아져 지하철 운행이 더 수월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9호선 시민사회대책위 측은 “그동안 71억원이 기술자문료라는 명목으로 10억원을 투자한 프랑스 운영사에게 돌아갔다”며 “9호선이 공영화되면 지옥철 문제에 시달리는 시민과 노동자의 피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의 출근길 애로사항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 최악의 지옥철로 불리는 일본은 기업이 직접 나서 직장인의 출퇴근 피로를 덜어주고 있다. 일본 도쿄시는 지난해부터 출퇴근시간 조정캠페인 ‘시차비즈’(Jisa Biz)을 진행 중이다. 출근시간을 다르게 잡아 대중교통 혼잡을 줄이고 업무능률을 올리려는 취지다.
도쿄 지하철의 혼잡도는 150~230%로 극심한 수준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 혼잡도가 최대 20%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시는 시차비즈 참여기업을 800여개로 늘려 도쿄올림픽 전에 지옥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화이자 등 글로벌 IT그룹은 직원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며 이른 출근을 독려하거나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했다.
정재우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연근무제를 통한 업무효율성 제고 효과를 고용주가 인지하고 정부와 기업이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 직무를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안전이용, ‘당신은 몇 점?’
☞체크 수 0~4개(높음), 5~9개(중간), 10~14개(낮음)
대중교통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시민의 대중교통 에티켓이 개선되지 않아 피로가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이용객의 안전의식이 개선될 경우 지하철 혼잡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지하철 안전 이용점수를 체크해보자.
√ 출입문이 닫힐 때 무리하게 뛰어 탄 적이 있다
√ 출입문에 가방 등이 끼인 적이 있다
√ 승강장과 열차 사이를 살피지 않고 승차한다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뛴 적이 있다
√ 승강장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면서 뛴 적이 있다
√ 장난치다가 타인의 이동을 방해한 적이 있다
√ 하차객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탄 적이 있다
√ 열차 출입문 등에 몸을 기댄 적이 있다
√ 서서 갈 경우 손잡이를 잡은 적이 없다
√ 비상개방장치를 긴급상황이 아닌 때 쓴 적이 있다
√ 비상통화장치를 위험상황이 아닌 때 쓴 적이 있다
√ 승강장 노란 안전선 밖에서 기다린 적이 없다
√ 열차를 기다릴 때 유모차 바퀴를 고정하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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