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최근 한 글로벌조사에서 세계 인기여행지 1위에 올랐다. 홍콩이 줄곧 1위를 지킨 데는 이력이 있다. 변신과 시도를 꾸준히 꾀해서다. 홍콩은 그동안 숙식·교통과 같은 기본 여행 인프라를 개선했다. 또 쇼핑·식도락·축제 등 기존 콘텐츠와 더불어 명소와 즐길거리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런 까닭에 젊은층, 중장년층, 남성과 여성층, 가족단위까지 방문객 층위도 다양해졌다. 특히 홍콩의 겨울은 특별하다. 로맨틱한 겨울축제와 빛의 축제가 잇따라 연말연시면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다. 겨울휴가를 뜻깊게 보낼 홍콩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편집자주>

[겨울 홍콩여행 백배 즐기기] ②서민의 삶과 예술 아우르는 삼수이포 


SCAD. /사진=홍콩관광청
독특한 감각을 원하는 여행객이 많다. 감성이 충만한 여행객은 판에 박힌 곳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곳을 뒤진다. 그렇다면 주룽(구룡)반도 깊숙한 북서쪽 삼수이포에 ‘좌표’를 찍어보자. 삼수이포는 이제야 문을 빼꼼히 연, 마치 갓 발견된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그런 까닭에 홍콩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센트럴 골목 이름을 모조리 외운 여행객일지라도 삼수이포는 지명조차 낯설다. 삼수이포의 풍경도 그렇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잿빛 건물들 아래에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 시끌벅적한 홍콩식 전통시장의 풍경은 친근한 일상이면서도 한없이 낯설다.

삼수이포 야경. 저녁이면 노천식당(다이파이동)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진=홍콩관광청
삼수이포는 여행객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지역이었다. 1950년대에는 홍콩으로 흘러들어온 중국인 난민을 수용하던 판자촌이었다. 홍콩 최초의 공공 임대주택이 설립된 이후에는 서민 주거지이자 공업단지로 기능을 했다. 홍콩에서 그 흔한 명품 매장이나 세련된 부티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삼수이포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젊은 예술가 덕분이었다. 버려진 공장을 개보수해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탈바꿈시킨 건 홍콩 자키클럽 크리에이트 아트센터(JCCAC)였다.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학도들이 삼수이포를 찾기 시작했고 낡은 거리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곳에 흘러든 아티스트들은 삼수이포의 덕을 봤다.

삼수이포 페이 호 스트리트 웻 마켓. /사진=홍콩관광청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익숙한 생활양식이 예술보다 흥미롭고 풍요로울 때가 있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일대종사>의 전통 의상 디자이너를 발견한 곳이 삼수이포다. 앞서 <영웅본색>의 우위썬(오우삼) 감독은 자신이 태어난 이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홍콩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브랜드 지오디(G.O.D.)의 스튜디오 또한 이곳에 있다. 삼수이포를 잘 나타내는 말은 ‘날 것 그대로의 영감’일 터. 센트럴의 세련된 표정과는 다른, 홍콩의 또 다른 낯빛이 거리에 물씬하기 때문이다.


JCCAC. /사진=홍콩관광청
삼수이포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고 있는 아티스트를 보고 싶다면 JCCAC나 사바나예술대(SCAD)를 찾아보자. 홍콩의 옛 건축 형식을 제각각 흥미롭게 개조한 두 건물은 미래의 디자이너들로 넘친다.
이어 낯선 향기와 색깔로 흘러넘치는 재래시장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을 구경해 보자. 또 골목 모퉁이의 노천식당이나 전통 디저트 띰반(딤섬) 가게에서 홍콩식 ‘B급 고메’를 탐닉하자. 홍콩 도심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맛이 없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촐한 동네 식당에서 출발해 미쉐린 별을 얻은 뒤 뉴욕까지 진출한 딤섬 가게 ‘팀호완’의 본점이 여기에 있다.

JCCAC에 설치된 예술작품. /사진=홍콩관광청
이웃 동네를 산책하듯 느릿하게 걸음하다가 카메라를 꺼내보자. ‘셔터 아트 프로젝트’ 앞에선 셔터소리가 잇따를 것이다. 문 닫은 상점들의 셔터 위로 젊은 작가들이 그린 벽화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선명한 색감과 재미있는 그림에 반했다면 인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삼수이포 여행을 감성 충만하게 할 코스를 그려봤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들어선 예술학교
차슈바오. /사진=홍콩관광청
SCAD는 미국과 프랑스 등에 캠퍼스를 둔 세계적인 디자인학교다. 삼수이포의 SCAD는 웅장한 네오 클래식 형식의 옛 법원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북구룡 법원 건물의 역사를 무심코 지우지 않기 위해 개보수 작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법정과 감방 등 특별한 공간은 원형 보존하면서 문과 창문, 벽 또한 그대로 남겼다.
이러한 세심한 보수과정으로 SCAD는 2011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 보전 부문을 수상했다. 캠퍼스 방문은 SCAD 웹사이트에서 방문 사흘 전까지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2회 투어 문이 열린다. 또 매월 세 번째 토요일도 견학할 수 있다. 예술과 디자인 서적을 방대하게 갖춘 도서관은 전화로 사전 신청하면 둘러볼 수 있다.

◆미쉐린 별을 딴 최고의 딤섬 가게

두부 푸딩. /사진=홍콩관광청
팀호완(Tim Ho Wan)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됐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14석 규모였다. 1년 뒤 미식가이드 미쉐린 별을 획득했고 현재는 뉴욕과 하와이까지 진출했다. 팀호완의 오너 셰프는 포시즌스 호텔의 광둥식 레스토랑 렁킹힌(Lung King Heen)에서 솜씨를 쌓은 뒤 팀호완을 만들었다.
현재 팀호완 본점이 삼수이포에 있다. 40개가 넘는 지점 중 오너 셰프의 손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총 25종의 딤섬 메뉴는 모두 저렴하고 맛있다. 새우 딤섬 하가우, 연잎 밥,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차슈바오가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차슈바오는 반드시 맛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과 다르게 바삭하고 빵 안에 차슈를 넣었다. 빵의 식감과 달콤한 맛, 차슈의 짠맛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서민들의 배를 채운 추억의 음식

다이파이동의 먹거리. /사진=홍콩관광청
홍콩에서 두부 푸딩은 ‘컴포트 푸드’다. 가난했던 60년대 홍콩 서민들은 치즈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대신 시럽을 뿌린 두부로 일상의 위안을 얻었다. 향수에 젖은 그리운 맛이 홍콩 젊은층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 일이다.
삼수이포의 컹 와 빈커드 팩토리(Kung Wa Beancurd Factory)는 4대째 이어온 두부 푸딩을 내놓는다. 60년 전 선대 창업자가 만든 래시피를 그대로 쓴다. 지금도 맷돌로 콩을 갈아 정성을 다해 두부를 만든다.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두부의 식감과 감미로운 생강 시럽의 조화가 좋다. 우리 돈 1500원이면 마음과 배가 든든해진다.

◆백종원이 반한 홍콩식 선술집

다이파이동 길거리 음식. /사진=홍콩관광청
어둠이 내리면 거리의 분위기도 완전히 변한다. 삼수이포의 다이파이동 오이만상(Oi Man Sang)은 밤이 곧 아침이다. 오이만상은 그제야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개시를 알린다. 다이파이동은 노천식당을 일컫는 광둥어다. 홍콩의 다이파이동은 저녁 무렵 상점들의 셔터가 닫히면 그 앞에 좌석을 펼쳐놓고 요리를 낸다.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오이만상은 홍콩 5대 다이파이동으로 꼽힌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셰프가 맥주와 음식을 즐긴 곳이기도 하다.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에 취한다. 왁자지껄한 광둥어 사이에서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 맛은 일품이다. 백 셰프의 선택을 따라 마늘 프레이크를 듬뿍 넣은 게 볶음과 쇠고기 간장 볶음을 주문해보자. 60~130홍콩달러 정도면 다양한 메뉴를 실컷 즐길 수 있다.

◆망고 디저트의 새로운 해석 

망고 푸딩. /사진=홍콩관광청
망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열대과일이다. 망고 마니아라면 찾아볼 디저트 가게가 있다. 룩 람 디저트(Luk Lam Dessert)는 30년 역사를 간직했다. 낡은 가게는 평범해 보이나 맛은 깜짝 놀랄 정도다. 홍콩식 망고 디저트인데 망고 주스와 포멜로를 끼얹은 망고 푸딩에 탄성이 쏟아진다. 한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풍미가 입 안 가득 넘친다. 우리 돈 3000원(20홍콩달러)이면 디저트 신세계에 빠진다. 현지인 사이에서는 달콤하게 졸인 팥과 타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두부 푸딩도 인기다. <자료제공=홍콩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