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7일 낮 12시 새로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오늘부터 개방 아닌가요?”
“여기가 맞나요?”
7일 전면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에서 오간 질문이다. 그동안 영국대사관에 막혀 있던 덕수궁 돌담길 70m 구간이 이날 정식 개방됐다. 하지만 낮 기온이 영하 6도를 육박하는 한파에 이곳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시간을 내서 방문한 시민들도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본래 이 길은 지난 10월말에 개방될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덕수궁 돌담길 1.1㎞를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미개방 구간 일부를 개방한 데 이어 미완으로 남아 있던 70m 구간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덕수궁 대한문-덕수궁길-미국대사관저-영국대사관 후문-영국대사관 정문-세종대로 등의 돌담길 경로를 막힘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7일 새로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 70m 구간이 한적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일반인에 개방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이뤄졌다. 시민들은 낮 12시가 되자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온 인근 직장인들이었다. 회사원 이모씨(28·여)는 “60년 만에 개방한다는 뉴스를 보고 와봤다”며 “못 가던 길을 걷게 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0·여)는 “매일 시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한 바퀴를 걷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돌아가던 길을 막힘없이 지나갈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본래 우리 것을 찾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곳을 포함한 덕수궁 돌담길 170m는 1959년부터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돼 왔다. 서울시는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2014년 영국대사관과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8월에는 시 소유 부지인 영국대사관 직원 숙소 앞-대사관 후문 100m 구간을 먼저 반환받아 개방했다. 


7일 새로 연결된 덕수궁 돌담길 70m 구간은 덕수궁과 영국대사관 사이에 조성돼 있다. 사진은 70m 구간 초입에서 머뭇거리는 시민들. /사진=김경은 기자

이날 연결된 70m의 길은 영국대사관 후문-정문 구간으로, 영국이 1883년 매입한 부지다. 때문에 이 구간은 개방이 늦어지다가 결국 덕수궁 내부를 통과하게 됐다. 덕수궁과 영국대사관이 담장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는 구간인 셈이다. 

문화재청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덕수궁 담장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길을 조성했다. 덕수궁 방문객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목재 난간도 설치했다. 이로 인해 흔히 생각하는 돌담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시민들은 이 구간 초입에서 “이곳이 아닌가” “오늘부터 개방이 맞나” 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두리번거렸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온 김갑한씨(70)는 “새로 개방된 구간이 어디인지 헷갈려 한참을 헤맸다”며 “안내가 있어야 될 것 같다. 외국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수궁 안쪽에 지어진 탓에 혼란을 겪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덕수궁 직원에게 “그쪽으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덕수궁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 뒤 입구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돌담길에서 덕수궁으로 바로 진입하는 방법은 없다.

7일 새롭게 연결된 덕수궁 돌담길은 덕수궁 내부에 조성됐다. 사진 속 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덕수궁, 오른쪽 담장 너머는 영국대사관이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날 새로 개방된 구간에서는 초청 공연도 개최됐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공연을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시민들은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며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초청된 밴드 멤버는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이 연결돼 뜻 깊다”면서도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개방 시기가 아쉽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도 “방문한 시민들이 많지 않다”면서 “아직 홍보도 덜 됐고 날씨가 추운 탓”이라고 밝혔다.


당초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제시한 덕수궁 돌담길 완전 개통시점은 지난 10월 말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이 구간 공사를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방이 늦어졌다. 문화재청은 3번의 입찰 끝에 업체를 선정했고 지난달 4일부터 뒤늦게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