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제공=뉴스1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사망 사고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점점 더 비정규직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일자리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라는 말로 연결된다.
눈앞에 닥친 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언젠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는 이유다. 기본소득에 대한 궁금한 6가지를 알아봤다

▲첫째, 기본소득이 뭔가?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주는 일정한 소득을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실업수당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무조건적’이다. 재산이 얼마인지, 소득이 얼마인지, 과거에 취업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따지지 않고 사회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어떤 조건도 없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 등은 가구(가족)를 기준으로 지급되지만,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준다. 기본소득은 인간 “존재, 그 자체를 위한 돈”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다. 현금 지급이 원칙이며 규칙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둘째, 그럼 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경제성장의 혜택 또한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괜찮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기존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떠받칠 수 없는 불안정한 노동자가 늘어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위기가 시작됐다는 반증이다.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로버트 라이시 등 유명 경제학자들이 너도나도 기본소득을 부르짖었다. 캐나다·핀란드·네덜란드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도입을 실험하고 있고 이탈리아·프랑스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국내에선 20대 총선에서 노동당과 녹색당이 기본소득 보장을 공약으로 처음 들고 나왔다.

지금은 더 구체화되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유승희 의원 주최로 열린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세미나에서 정성호 국회기획재정위원장은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구조적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성남시에서 기본소득 개념의 일환으로 시행한 ‘청년배당’이 그것이다. 그 정책을 경기도에서 확대해 ‘기본소득위원회’를 지난 20일 출범시켰다. 경기도형 기본소득 정책지원 자문기구인 것이다.

셋째, 공짜로 돈을 주면 일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국내에서는 만 24살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 지역화폐를 지급해 일종의 기본소득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성남시의 ‘청년배당’ 제도는 이 문제에 시사점을 줬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 형태로 일정액을 지급하면 노동의욕을 갖게 된다”며 복지지출은 순환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사회복지제도는 실업자를 고용(노동)시장으로 유인하려 하거나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복지’(workfare) 성격이 강하다. 반면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억지로 하는 일 대신에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선택할 조건을 만들어주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

넷째, 과연 기본소득이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까?

우리나라에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이 월 110만원(3인 가구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하므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뼈 빠지게 일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더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기본소득을 지급할 재원을 마련하려면, 기존에 소득이 많았던 사람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와 불평등 완화에 도움 된다고 본다.

다섯째,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기존 조세 외에 탄소세, 로봇세 등을 신설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다른 하나는 ‘공유재’(공동재산)에 대한 배당으로 돈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태양·바람·물과 같은 천연자원, 인터넷이나 방송 주파수, 고속도로, 다리처럼 사회 공동의 노력으로 만든 것에서 나온 이익을 특정 기업이 독차지하는 대신, n분의 1씩 일정한 몫을 돌려주자는 게 ‘배당’의 취지다.

재원 해결방안으로 경기도에서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내놓았다. 국토보유세 재원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합친 개념으로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토지배당 등의 형태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다. 경기도는 이 재원으로 청년세대 매년 지급되는 지역화폐로 지원, 경제와 복지를 ‘두토끼’를 잡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처럼 조세 저항이 심한 나라에서 증세는 부담이다. 국민 5100만 명을 기준으로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18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보편적 복지제도에 익숙하지도 않고 세금 내기를 불편해하는 국민이 선뜻 재원 마련에 동의해주느냐다. 앞으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정치적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실업부조 등 사회안전망 강화가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모래 위에(보편적 복지제도 없는) 성(기본소득)을 쌓는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 제도가 미취업 청년, 비정규직 등 기존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효과가 있다는 찬성도 만만찮다.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핀란드와 독일, 일본 등에서도 앞장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복지 체계 간소화’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옹호한다.

여섯째,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인가?

김교성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만능 처방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누구나 동의하는 지점은 있다. 당장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는 없더라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고 더 나은 복지제도를 설계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경제민주화포럼 공동대표 이종걸 의원은 “기본소득은 화폐를 근간으로 하고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념의 문제도 경제모델의 문제도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인 포용성장을 구현하기 위해선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튼튼하게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본소득과 같은 혁신적인 보편적 복지프로그램, 사회안전망이 필수적이다”며 실행 가능성에 더 불을 지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이 복지 문제를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통한) 복지 확대는 경제성장의 동력”이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라는 것이다. 지역화폐 지급을 통한 이재명식 지역경제 순환 모델이다.

기본소득제는 임금노동의 대가로 받는 소득이 아니라 기본 권리로서의 소득이 확보됨으로써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는 회기적인 방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완전고용 달성에 실패한 자본주의 체제, 지속 불가능한 복지국가 모델의 대안으로서만 그칠지, 실행 여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