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지방선거 국조특위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원인 규명과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안 논의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3일부터 가동된다. 국조특위는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 50% 결정 과정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일 해결 지연 원인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 파악 미흡 배경 ▲선관위 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 4가지를 집중 조사할 전망이다.


윤상현 지방선거 국조특위 위원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참정권 박탈, K-보수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세미나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국회에서 국정조사특위도 하고 있지만 진상규명만큼 중요한 것이 제도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관위원장 상임제 도입 ▲선관위 내부 감사위원회 설치 ▲여야 합의로 재검표를 할 수 있는 '특별관리법' 입법 등 3가지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국조특위는 지난 18일 구성된 뒤 23일 중앙선관위 1차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위원장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맡고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개혁신당·조국혁신당)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국조특위는 오는 8월1일까지 45일 간 활동을 하며, 본회의 의결을 통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국조특위 활동은 선관위 자체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꾸린 진상규명위는 10일 동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했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활동 종료일인 지난 19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 조사 결과 "선관위의 보고 체계 마비 및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 발표 결과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은 유권자 110% 기준으로 배정받고도 인쇄는 유권자 50% 기준으로 하한선을 낮췄다. 조 위원장은 "이유는 잔여 투표용지 과다에 따른 예산 낭비·보관 장소 협소·폐기 비용 지출·투표용지 과다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이라며 "(이는) 국민 참정권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투표용지를 송부받은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곳 중 140곳이다. 실제 추가 송부받은 투표용지를 사용한 투표소는 91곳이고 이 중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중단이 발생한 투표소는 26곳이다. 송파구선관위의 경우 무번호 투표용지 2000매를 제외하면 예상 선거인 수 50% 기준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됐던 한 아파트 노인정의 현장 검증을 위해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조특위는 진상규명위의 짧았던 조사 기간 때문에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위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4가지 사안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는 선관위가 유권자 110%에 맞춰 투표용지 예산을 확보하고도 예산 낭비와 폐기 비용,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이유로 인쇄 하한선을 50%로 낮춘 경위다. 인쇄 하한선을 50%로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


둘째는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직후 선관위의 대응이 미흡했던 원인이다. 서울시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11시40분쯤 송파구위원회로부터 무번호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문의받고도 상급 위원회로서 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았고 중앙선관위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오후 4시46분 서울시선관위는 송파구위원회 사무국장과의 통화를 했지만 중앙선관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셋째는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 현황이 발표 때마다 늘어난 배경이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직후 발표마다 부족했던 투표소 수를 바꿨다. 선관위는 처음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50곳이라고 발표했지만 3일 뒤 91곳이라고 정정했다. 중앙선관위와 각 지역 선관위 간의 소통 미흡과 선관위 시스템 전반의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넷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드러난 선관위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다. 최근 선거 시즌마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가와 휴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월 선관위 휴직자는 84명이었으나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2022년 6월 휴직자는 226명으로 늘었다. 선관위 업무와 연관성이 낮은 외유성 출장 의혹과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부부 동반 해외 출장 등도 조사 대상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국민은 선관위가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여야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만큼 국조특위로 상당 부분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국조특위를 넘어 특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조특위만으로 민심이나 시위대의 분노가 잠재워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