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지하, 열리는 공간] ④·끝 ‘5000만 안전 네트워크’ 구축 과제

 지하에 신도시가 들어선다. 지하개발은 더이상 개발할 곳이 없는 지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다. 그 자체로 상업·문화적 기능을 갖춰 도시기능의 한 축을 맡는다. 이는 보행자 통행을 위한 지하도나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지하상가와 전혀 다른 공간이다. 최근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지하화계획이나 강남 삼성역 지하도시 개발은 교통과 휴식공간, 역사재건이라는 의미에서 주목받는다. 도심 개발의 대안으로 떠오른 지하도시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안전문제 등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건축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아요. 문제는 안전의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죠. 기업의 안전 관련비용이 터무니없이 적고 공무원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지하개발사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어디에’ 짓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영국 리즈대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관련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와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위험성을 예견했고 지자체에 예방대책을 요구했음에도 결국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사진제공=이수곤 교수
◆지반조사 건너뛴 부실공사 만연
- 안전 시스템의 관점에서 대규모 지하개발사업의 설계단계에서 바꿔야 할 점이 있다면.
▶지역마다 지질이 각기 다른데 우리나라는 지반조사가 취약하다. 상도유치원 붕괴 5개월 전 현장점검을 갔을 때 붕괴위험이 보였기에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썼다. 일부에서는 날씨나 환경, 공사과정의 문제 등이 영향을 줬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취약한 지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용인 수서고속철도(SRT) 공사장에서 발생한 균열 역시 연약한 지반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지반조사 등의 안전 관련비용은 선진국의 10분의1 수준이다.

- 광화문 지하화사업이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은 안전한가.
▶둘 다 안전하다. 우리의 건축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고 광화문은 지질이 양호하다. 다만 건물 하나를 세우는 게 아니라 거대한 크기의 지하도시를 짓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산 인수봉 아래는 지하광장을 만들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도심이 가깝고 균열이 거의 없어 땅을 직각으로 파도 무너지지 않는다.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런 지질 특성을 이용한 광장 개발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난개발 수준이다. 정부가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지면 좋겠다. GTX의 경우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라 안전문제가 없다. 지하 30m 이하 터널공사는 지상 주택에 균열을 일으킬 수가 없다. 즉 깊이가 중요하다. 터널이 안무너지는 이유는 모래로 두꺼비집을 짓는 원리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터널의 설계원리로 땅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아치효과가 좋아진다. 너무 깊은 지하건설은 안전보다는 환기문제가 더 크다.

- 공사가 끝나도 허술한 사후관리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리나라 공무원조직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70년 된 정부가 타성에 젖은 문제, 전문기술자가 아닌 공무원이 실권을 갖고 법을 움직이는 문제, 자기 관련업무만 보는 근시안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이를테면 산사태가 났는데 산림청 따로, 한국도로공사 따로, 지자체 따로 움직인다. 산과 도로, 인근 농지까지 다 연결됐는데 공무원들은 자기 앞의 일만 생각한다. 대통령이나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공무원 조직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 /사진제공=경찰청

◆"세월호참사 후에도 바뀐 것 없어"
- 부실한 사후관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가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받지만 작동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전문가 역시 자기 얘기만 한다.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 좋은 방안은 전국에 있는 전문기술자나 대학생, 퇴직공무원 등 지역주민에게 관리감독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지역을 제일 잘 알고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 등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5000만 국민의 안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공무원을 견제하는 게 아닌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자기 지역을 24시간 책임지는 민간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24시간 감시가 불가능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시스템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9·11 뉴욕 무역센터 테러 당시 소방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을 줬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면 대통령이나 장관이 가서 얘기하는데 웃긴 일이다.


- 앞으로 도시개발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서울 목동이나 경기도 일산, 안산 일대에서 최근 온수관 파열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앞으로 이런 대도시 침하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싱크홀이 발생한 잠실 롯데월드도 지질이 취약한 지역이다. 수많은 사고를 겪고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잘못된 행정구조가 인재를 천재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자기 탓이 아니라고 증명하기 위해서 수십년 전 시공자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개인 소유 건축물이 인근 공사로 균열이 일어났을 때 지자체의 태도도 문제다. 자기들이 인허가를 해놓고 사후관리는 개인 대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건물 균열을 피해자가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건물 노후화에 의한 것인지 인근 공사로 인한 것인지 알려면 공사 측이 자료를 넘겨줘야 하는데 당연히 안준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소송하는 대신 차라리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이런 관행이 안전의식을 떨어뜨리고 주변건물의 노후화를 촉진시킨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에도 우리 사회는 얻은 게 없다.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려면 5000만 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이 움직여 정권도 바꾸지 않았나.

☞ 본 기사는 <머니S> 제579호(2019년 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