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전문 대기업 계열사가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자본력을 등에 업고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전개하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분야는 시장규모가 작아 대기업의 관심이 적었던 것을 미뤄보건대 이전과는 상반된 분위기라 관심이 쏠린다.
재계 상위권인 삼성·SK 등은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제히 팔을 걷어붙였다. 연매출 수조원을 기록하는 대기업이 제약·바이오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글로벌경제·사회기조와 맞물린다. 글로벌경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심화되면서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일찍이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선정하고 적극육성한 배경도 맥락을 함께 한다.
◆출시 한달 만에 점유율 1위
브랜드가치와 R&D 능력, 자본금으로 무장한 제약·바이오전문 대기업 계열사의 사업성과가 빠른 속도로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5종이 미국·유럽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회사매출이 크게 늘었다. 유럽진출 첫번째 품목인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연매출은 전년 대비 30.9% 오른 5500억원을 기록했다. ‘임랄디’(휴미라 바이오시밀러)도 휴미라의 유럽 최대시장인 독일에서 지난해 10월 출시한 지 한달 만에 점유율 1위(62%)를 차지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로 해외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14일 스위스제약사 ‘아벨 테라퓨틱스’와 6000억원대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개발한 약물로 유럽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은 아벨의 신주 상당량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
◆삼성·SK, 같은 듯 다른 방향
고공성장 중인 양사의 공통점으로 브랜드가치와 R&D능력, 자본금 등을 들 수 있지만 사업방향은 엄연히 다르다. 자체개발·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공장설계부터 가동까지 관여했다. 삼성이 만든 바이오의약품인 만큼 생산시설도 삼성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 송도에 제3공장을 준공하면서 글로벌 1위 생산력(연간 36만2000ℓ급)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 등을 건설한 경험과 노하우도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준공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전체 환자 10명 중 1명이 삼성이 만든 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M&A 전략으로 해외 바이오기업과 공장을 겨냥했다. SK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체결한 해외업체 M&A 가운데 사상 최대규모의 계약을 진행했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업체 ‘암팩’을 약 5100억원에 인수했다. SK바이오텍은 앞서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도 1800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SK는 미국·유럽 모두 생산기지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능력도 2020년에 160만ℓ급으로 늘어난다.
SK관계자는 “유망한 해외기업과 M&A를 체결하면 낮은 법인세, 현지정부 지원 등으로 세제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인력풀도 우수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SK바이오텍이 생산하는 합성 원료의약품 90% 이상은 유럽·북미지역에 수출하고 있어 지리적 이점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역특성’ 반영한 전략도
양사의 행보가 상이한 만큼 전략도 다르다. 이들 기업은 목표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지역특성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2위 의약품시장인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중국 벤처펀드 운용사 ‘C-브릿지 캐피탈’과 자체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3종의 판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중국바이오기업 ‘3S바이오’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번째다.
중국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이유는 자국산업보호정책을 펼치는 현지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올 들어 두달 만에 협약을 두건이나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현지업체와 협력해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허가 등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더욱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하겠다는 것이 당사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제약강국으로 알려진 미국·유럽시장에 역량을 집중한다. 높은 미국·유럽시장 기준을 충족하면 타 지역 진출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1위 제약시장인 미국에서는 임상 전 과정부터 신약판매허가신청(NDA)까지 독자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럽에서는 현지 파트너사와 전략적제휴를 추진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유럽의약청(EMA)의 시판허가를 받으면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32개국에 판매된다”며 “유럽은 개별 국가마다 기준·시장 특성이 달라 현지에 거점을 둔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