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5월8일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생애 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가 2017년에 평균 6.8년으로 2010년(8.5년)보다 크게 줄었다. 2014년 이후로는 7년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주택가격의 큰 폭 상승으로 그 기간이 늘어나겠지만 올 들어서 3월 2주차 전국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을 포함해 18개월째 연속 하락했다. 이제 주택가격이 조정기에 들어섰으며 다시 오르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과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생애 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가 장기적으로는 제한된 범위 안에 머물 것이다.
‘2017년 신혼부부통계’(통계청 2018년 12월10일 발표)에는 혼인신고 전부터 주택을 소유한 비율이 23.2%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은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서 보더라도 직장생활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경우가 많다.
낮은 가격의 집을 전세를 안고 사면 집값의 일부만 부담하면 되므로 생애 최초 주택마련이 더욱 수월해진다. 지금도 서울뿐 아니라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 1억원 이하 전세를 안고 매입할 수 있는 집이 많다. 미혼일 때는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세를 놓고 자신은 부모 집에 살거나 원룸 같은 데서 혼자 사는 사람이 꽤 있다.
점차 늦게 결혼하는 사회 풍조에서 내 집을 갖고 있으면 결혼조건이 좋아지므로 원하는 배우자와 결혼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집을 장만하는 사람도 있다.
◆고연령층일수록 자가소유 욕구 높아
결혼 3년차 신혼부부 27만8000쌍의 혼인 후 주택소유 현황을 보면 혼인 1년차의 주택소유 비중이 36.0%이며 2년차 40.6%, 3년차에는 45.3%로 증가세를 나타낸다. 결혼 후 함께 살아가면서 내 집을 마련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재혼부부를 제외한 초혼부부만 대상으로 한다면 주택소유 비중이 혼인 1년차에 33.9%, 2년차 39.0%, 3년차 44.2%로 증가했다. 혼인 전에 무주택이던 17만1000쌍 중 혼인 3년차에 유주택인 부부는 5만4000쌍으로 전체의 24.2%다.
이와 반대로 혼인 전에 주택을 소유하던 5만2000쌍 중에서 혼인 3년차에 무주택으로 변한 부부는 7000쌍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사업을 위해 자금 사정상 집을 팔거나 무리하게 대출받으며 구입했다가 어쩔 수 없이 팔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은 2014년에 79.1%였는데 2016년 82.0%, 2017년 82.8%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연령별 주택보유 의식에서는 40세 미만은 75.4%, 40~49세 81.2%, 50~59세 84.7%, 60세 이상 88.5%, 65세 이상은 89.5%가 내 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내 집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젊어서는 내 집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남의 집에 살면서 점차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집을 임차해 살다가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계약 만료로 나가야 하고 계속 살더라도 계약 갱신시 보증금이 오르거나 또는 월세를 올려 지불해야 한다.
이사 다니는 번거로움도 있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라면 이사한 곳과 학교가 더 멀어지거나 너무 멀어 아예 전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집을 개조하지 못하거나 인테리어를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도 불편한 점일 게다.
◆주택가격 등락 점치기 어려워
집을 임차해 살다가 주택의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면 저렴한 주택이라도 진작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길게 보면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만 있지 않고 몇년이라도 오르지 않는 시기도 있다. 10년 주기가 되건 20년 주기가 되건 경기 하강기라도 나타나면 주택가격이 상당폭 하락하기까지 한다.
글로벌경기는 연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글로벌 주택시장도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조정기에 들어서기 전 몇년 동안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거품론이 대두되면 “이제는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주택을 사면 무조건 손해다”라는 말들이 오간다. 하락조정기가 길어지면 생각이 굳어져 그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서로 다른 논리로 집값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이 많고 어떤 평가방법도 도입변수를 고무줄처럼 적용할 수 있다. 집값이 비싸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평가방법과 변수들을 도입하면 되고 결코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이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믿고 싶은 결론을 도출해주는 논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장경제 관점에서 과열이 해소된 이후에도 비싸다는 믿음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들이 있어도 안 사게 된다.
그러다 훗날 행여 주택가격이 회복돼 전고점까지 오르면 하락조정이 길어질 때 전세보증금을 빼서 돈을 더 보태거나 무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대출로 충당해 집을 살 수 있었을텐데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오랜 세월 반복돼 왔다.
주택가격 하락조정기가 오래갈수록 내 집 마련도 늦추는 게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이 어느 정도가 될지를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1~3년으로 끝날 수도 있고 몇십년 이어질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하락조정기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이다.
잃어버린 10년, 20년을 거친 일본의 도쿄에서도 최근 몇년간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중심부에서는 20년 전 가격을 회복한 경우도 있다. 최고급 주택 가격은 3.3㎡당 2억원 수준이며 미나토구에는 매매가격이 약 150억원인 맨션도 등장했다고 한다.
따라서 1인당 국민소득과 국가 경제력을 비교할 때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3.3㎡당 1억원 하는 아파트가 나온 것도 놀랄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이 고가주택을 보며 허탈감을 느끼는 건 분수에 맞지 않는다. 자신의 경제력과 노력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부합되는 주택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직 집이 없는 경우라면 ‘주택을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의 수단’으로 볼 때 ‘내 집 마련의 가치’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주택 임대료가 수입의 상당부분 차지
주택가격 전환점이 언제가 될지 아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 주거를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주거비용은 단기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게 장기적으로는 올라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주거비용은 어느 국가에서든지 만만치 않다.
전세제도가 없는 선진국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은 수입에서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한다. 필자가 오래전 미국에서 살 때에도 월급의 3분의1을 월세로 지불했다. 최근에도 외국에 사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요 대도시의 임대료는 엄청나다.
홍콩에서 40년 된 방 2개짜리 15~18평 아파트가 20억~30억원 하면서 월세가 400만원 넘는다는 것은 홍콩이 좁은 땅이니 그렇겠거니 하자. 서울 면적의 10배나 되는 상하이의 외국인 회사에서 몇년간 근무한 필자의 아들은 내국인인 중국인보다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었는데 월세 내고 생활비를 지출한 뒤 얼마나 저축할지 염려될 정도였다. 지난해 베이징의 월세는 전년 대비 약 25%나 올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40% 폭등했다.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월세는 평균 약 400만원, 위치가 좋아 사람들이 살기 희망하는 지역의 아파트 월세는 평균 500만원이 넘는다. 미국 일부 도시의 경우 고가주택 임대료가 낮아졌지만 저소득층 임대료는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웨스트햄스테드의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약 230만원이고 선진국 중 집값이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독일의 경우도 지난해 프랑크푸르트에서 1년 만에 집값이 22% 올랐다. 강대국도 아닌 아일랜드의 전국 평균 월세는 지난해 2분기에 약 17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나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일랜드가 고성장을 구가하던 2008년 고점보다도 26% 높은 수준이고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저점보다는 75%나 오른 것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2016년말 일부 지역 임대료 인상률을 4%로 제한했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정책 효과가 절대적이지 못해 중·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에도 주거에 돈은 계속 들어가며 물가가 상승하면 결국 주거비용도 올라간다. 은퇴해 소득이 크게 줄거나 없어지면 주거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진다. 대다수 사람은 연금만으로 노후를 안전하게 보내기 힘들다. 무리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노후의 주거비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 된다. 시세 차익이나 투자는 그 다음 문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