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사진제공=조용우
사건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성범죄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사건’의 경우 2013년 초동 수사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요점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쪽이 누구였으며 외압이 있었냐 없었냐는 것이다.버닝썬 사건의 경우, 비호 세력이었던 관할 경찰 조직은 사건이 터지자 적당히 은폐하고 사건을 축소, 마무리하려 했으나 제보자의 카톡 원본 파일이 국가권익위로 넘어가고, 이 자료가 경찰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서울지검으로 이첩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첨예한 시기에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반면 ‘김학의 별장 성 범죄 의혹’ 사건은 ‘장자연 사건’과 함께 이미 오래전에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었다. 당시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검찰은 동영상의 인물이 김 전 차관으로 식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사건을 종료하였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가 권력층 봐주기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출석 불응은 물론 진술까지 거부하였고, 검찰은 경찰이 청구한 영장 9번, 출국금지 2번 모두를 반려하였다. 피해자의 요구로 검사까지 바꾼 2차 수사에서도 역시 김 전 차관의 소환 한 번 없이 무혐의로 종결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묻힐 뻔했든 사건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재조명 되고 적극적인 재수사까지 진행될 수 있었을까? 물론 정권이 바뀐 지난해 과거사위가 사건 재조사를 권고하여 대검 진상조사단의 수사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별다른 성과 없이 3월 말 사건 종료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검찰수사에서 누락된 동영상과 사진 파일 약 3만 건이 공개되고(이를 두고 경찰과 검찰은 서로를 탓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경찰의 수뇌인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서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학의가 맞음을 재차 확인함으로써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과거사위는 김학의 성폭력 의혹의 전면 재조사와 함께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를 방해하고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한 조사도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권력의 파수꾼으로 견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또 한 번 권력 유착과 비호,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으며,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고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 두 사건을 경찰과 검찰의 파워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즉 사건의 재조사가 진실규명이나 정의구현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경고나 조직 보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즉,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앞두고 ‘버닝썬’ 같은 경찰에게 치명적인 악재가 터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검찰의 아킬레스 건 같은 ‘김학의 사건’을 터뜨리며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는 것이다. 증거 자료가 공개된 시점이나 경찰청장이 직접 언급한 점 등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묘한 타이밍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이라면 두 권력기관이 사건의 실체를 온전히 파헤치기 보다는 적당히 타협하고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즉, 버닝썬의 경우 수사의 방향을 연예인들의 윤리적 일탈행위에 초점을 맞추면서 문제가 된 경찰 간부를 포함 일선 경찰 몇몇에게 책임을 묻는 수준으로 마무리 수순을 밟고, 김학의 사건의 경우 역시 김학의를 파렴치범으로 단죄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건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권력기관의 비호 속에 반윤리적인 범죄가 은폐되었던 사건이다. 밝혀진 부분 보다 더 윗선 권력층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고, 이러한 부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특히 김학의 사건의 경우는 사건의 피의자가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데다가 청와대의 조직적인 수사 외압 의혹까지도 제기된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합리적 의심과 우려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공수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여전히 조직 이기주의가 강하고 기득권층, 최고위 권력층과의 유착이 심하면서 그 자체 하나의 권력기관이기도 한 경찰조직과 검찰조직을 올바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특히 검찰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현대사회에서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유전무죄, 유권무죄가 보편적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회의 평등에서 출발하여 과정의 공정을 거쳐 결과의 정의가 보편적 상식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만 나라가 나라답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공수처의 설립이 시급한 이유이다.
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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