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후보자에서 스스로 물러난 최정호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사진=임한별 기자
조정기에 들어간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머쓱해졌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최정호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의혹 앞에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물러나서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앞세워 다주택자를 옥좼다. 정부는 “사지 말고 살아라”고 외쳤지만 정작 정부 고위공직자였던 두 사람의 투기 의혹은 정부의 집값 잡기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뢰도가 추락한 정부의 집값 잡기 의지는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집 3채는 기본, 투기 의혹까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던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동반 사태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정부의 집값 잡기 의지는 동력이 약해졌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환영 성명까지 내며 반겼던 최 후보자는 결국 취임도 못한 채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동안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들의 행적이 낫낫이 까발려져 중도 하차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최 후보자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최 후보자는 꼼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최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열린 인사청문회 전 서울 잠실, 성남 분당에 고가아파트와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권까지 보유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특히 분당 아파트를 딸 부부에게 ‘꼼수 증여’ 했다는 지적을 받아 고위공직 후보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과 마주했다. 게다가 그는 정부의 과열 집값 잡기를 선두에서 진두지휘해야할 국토부 장관 후보자였기 때문에 여파는 더 컸다.


최 후보자는 “국민들 마음을 사려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약점을 정조준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 앞에 결국 사퇴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던 김 대변인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약 25억원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십자 포화를 맞았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배우자 명의로 약 10억원을 대출 받아 해당 건물을 매입했는데 문제는 상가 건물이 알짜 입지에 위치한 재개발 구역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김 대변인이 산 건물은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 이곳은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이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공사가 끝나면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동 총 1536가구의 대규모아파트단지로 탈바꿈된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재개발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김 대변인이 사전 정보를 취득해 거액의 무리한 대출을 하면서까지 해당 건물을 매입했을 것이란 예측에서다. 김 대변인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등돌린 여론을 되돌리긴 역부족이었다.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인 매입한 건물.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추락한 신뢰도 회복 ‘글쎄’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과열로 치달은 비싼 집값을 잡아 서민들의 주거 안정화를 도모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에서다.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수차례 억제책을 내며 규제를 가한 끝에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대책 이후에는 시장 집값이 하향세에 접어들어 정부 방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넷째주(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결과 매매가가 전주 보다 0.10% 하락했다. 또 서울은 시장 불확실성으로 매수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가운데 정부 규제정책과 대출규제 등 다양한 하방요인으로 대다수 단지에서 가격 조정이 이어지며 20주 연속 떨어졌다.

여전히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시세가 굳건해 아직 서민 체감도가 낮지만 매주 하향곡선을 그리는 만큼 시장의 긴장도는 컸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 같은 시장 규제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최 후보자와 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자질 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는 겉과 속이 다른 ‘양치기 소년’ 탈을 쓴 격이 됐다.

특히 여러 논란과 의혹이 불거진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고 결국 스스로 물러나 상황이 일단락 됐지만 이미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을 친 상황.

이런 가운데 후임으로 누가 오든 전임 후보의 낙마에 따른 부담감이 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의지를 제대로 반영해 이끌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임명됐다면 국토부 공무원들의 높은 신뢰와 국토·교통 분야의 오랜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청문회를 통해 이미 겉과 속이 다른 인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인데 임명됐다 해도 국민들이 그의 행보를 신뢰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는 최정호·김의겸처럼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번질 만큼 현재로선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다주택자가 죄는 아니지만 최 후보자의 낙마로 정치권이 제시하는 후임 국토부 수장 후보의 기준은 더 명확해졌다. 1주택자거나 내집 마련조차 못한 국토·교통전문가”라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