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사진제공=GS홈쇼핑


기대치에 다소 못 미쳤다. GS홈쇼핑이 받아든 올 1분기 성적표는 한해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홈쇼핑업계 경쟁이 치열해 업계 1위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63)이 마주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허 부회장은 명실상부 GS홈쇼핑을 업계 최고로 만든 주인공이다. 2007년 사장 부임 후 12년 동안 꾸준한 실적상승을 이끌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최고실적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GS홈쇼핑을 업계 1위로 올려놨다.

하지만 최근 GS홈쇼핑의 행보가 주춤하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홈쇼핑을 운영하는 GS샵의 올 1분기 취급액은 1조92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8% 증가한 275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3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4%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이 원만해 보인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성적표다.


◆주춤한 투자의 귀재

영업이익은 24% 증가했지만 지난해 자회사였던 에이플러스비 매각이익(70억원) 등 일회성 이익 120억원을 제외하면 263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당기순이익은 361억원으로 오히려 1.3%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GS홈쇼핑의 올 한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KB증권은 GS홈쇼핑의 올해 취급액을 지난해보다 4% 증가한 4조4215억원으로 예상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 줄어든 1309억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소비경기 부진, 송출수수료 상승, 이커머스업체 간 할인·배송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 요인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GS홈쇼핑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허 부회장이 야심차게 진행한 해외투자건들의 부진도 한몫했다. 허 부회장은 몇년 전부터 회사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해외진출에 공을 들였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철저한 사전분석과 현지화를 통해 GS홈쇼핑의 미래 100년 준비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결과가 영 신통찮다.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이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스텔레콤과 합작 설립한 ‘TV홈쇼핑’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파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GS홈쇼핑의 주요 해외투자 및 합작법인의 실적도 적자가 지속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러시아 투자의 경우 현지시장 분석 등 5년여의 시간에 걸쳐 진행된 사안이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회사 내부적으로도 타격이 컸다는 후문이다.

벤처기업 투자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GS홈쇼핑은 2011년부터 국내외 벤처·스타트업 400여곳에 투자했다. 한국은 물론 북미,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을 아우르고 총 투자 금액만 2800억원에 달한다. 허 부회장은 “스타트업의 열정과 대기업의 인프라가 만날 때 미래시장을 이끌 힘이 탄생한다”고 밝혔다. 벤처투자는 단순 투자수익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GS홈쇼핑이 가진 역량을 스타트업에 이전함과 동시에 꾸준한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투자 대비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처의 경우 지분매각 등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기업 실적이 부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이 투자한 벤처기업 수십곳 중 지난해 이익을 낸 회사는 다섯손가락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기에 투자한 장부금액보다 낮아진 손상차손을 매년 겪어야 하는 건 GS홈쇼핑에게 부담이다. 2016년 10억원 수준이었던 손상차익은 지난해 75억원으로 불어났다.

물론 벤처투자의 경우 당장의 이익보다는 회사와의 시너지, 회사의 잠재성 등을 평가해야 한다. GS홈쇼핑 측도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 당장의 실적에 일희일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부업'으로 살길을 모색 중인 GS홈쇼핑 입장에서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없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에 불황이 닥쳤고 업체들이 돌파구를 찾는 상황에서 허 부회장이 꺼낸 카드가 벤처투자”라며 “올해는 해외사업과 벤처투자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불씨 ‘모바일시장’
GS홈쇼핑의 올 1분기 실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모바일쇼핑 비중이다. 모바일쇼핑은 5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신장하며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모바일쇼핑은 전체 취급액 중 절반이 넘는 52.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TV쇼핑 취급액은 4095억원을, 인터넷쇼핑은 81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부문은 지난해 이미 2조50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하며 TV부문(1조7108억원)을 추월했다. TV홈쇼핑업체의 주력 채널이 TV가 아닌 모바일이 된 셈이다.

이는 허 부회장이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상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고객과 쇼핑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사업 역량을 데이터 기반의 모바일시장으로 서둘러 옮긴 성과다.

허 부회장은 올해 모바일부문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발전을 거듭하는 회사의 모바일 기술력과 함께 꾸준히 투자한 벤처기업들의 참신함이 더해지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 모바일 등 T커머스시장에서의 선전은 GS홈쇼핑이 기댈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다. 또한 허 부회장의 벤처투자 고집도 모바일과 함께 빛을 발할 수 있다.

☞프로필
▲1957년 부산 출생 ▲LG투자증권 부장 ▲LG투자증권 IB사업부 상무 ▲LG홈쇼핑 전략기획부문 상무 ▲GS홈쇼핑 경영지원본부 부사장, 최고재무관리자(CFO)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