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극명한 입장차로 비준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3개 협약의 비준 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그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을 모색해 왔으나 경사노위 논의가 합의안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면서 “결사의 자유 87호와 98호, 강제노동 금지 29호는 관계부처 협의 노사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기국회 목표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ILO가 정해 놓은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87호와 98호, 강제노동 금지 29호, 105호 등 4개를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았다.


2010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는데 EU는 당초 올 4월9일까지 성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노사관계 개선위는 1단계로 ILO 핵심협약을 위한 노동자 단결권을 논의한 후 2단계로 이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공익위원들은 1단계 논의 결과로 지난해 11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정부의 노조설립 심사권 축소 ▲특수형태 종사자 노동권 보장 ▲공무원·교원의 노조가입 확대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2단계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EU의 요구기간을 넘긴 지금까지도 비준을 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정치범 억압이나 경제발전을 위한 노동력 동원 등을 금지하는 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의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으로 그간 EU로부터 받아 온 통상압박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앞으로 비준 추진 과정에서 재계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으로 정부의 의견수렴 과정과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경영계 입장을 충실히 개진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며 “세계적으로 우리 국가경쟁력에 최대 걸림돌로 평가되는 대립적‧갈등적‧불균형적 노사관계와 노동법제 속에서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사용자측의 우려가 매우 높은 만큼 정부는 이러한 우리나라 특수성에 입각해 우리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균형적으로 전환시키는 틀을 정립하는 국가 노동개혁 차원에서 사안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언급한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위원회’의 공익위원안은 경사노위 차원의 노사합의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EU FTA 따른 ILO 협약 비준 관련 협의는 우리 정부가 FTA협정상의 해당 조문과 규정의 틀 내에서 국익 보호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