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적 팬덤을 일으키는 방탄소년단보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노래가 있다. ‘잔나비’라는 남성 5인조 밴드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이다.
'뉴트로'의 감성을 자아내는 이 노래는 연애에 대한 얘기지만 어디가 모르게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한 '주저'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떠올리게 된다. 밀레니얼 세대가 저성장 시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런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안과 가장 비슷한 함의를 갖는 단어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떠올릴 만한 말은 ‘불확실’이다. 청년의 불안은 청년 취업과 고용의 불확실성에서 시작된다. 불안에 이어지는 현상은 두려움이다.
최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0년 전 8% 수준이었던 청년 실업률은 2014년 9%로 치솟았고, 이후 10%에 육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통계상의 수치일 뿐 비정규직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을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40%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인해 2015년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자살이 청년층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청년의 불안한 심리상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빈곤층을 대표하는 계층은 절대적으로 노인층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 빈곤율 또한 눈에 띄게 가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2분기(4-6월) 18-25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13.2%로 전년 같은기간 11.7%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고, 26-40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도 8.2%로 전년 같은기간 6.8%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66-75세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40.5%로 전년 같은기간 41.9%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을 비교하면 빈곤층 중 청년층의 구성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시중의 모 은행 설문조사 결과 20,30대 사회초년생(입사 3년 이내)의 부채 잔액은 2017년 2959만원에서 2018년 3391만 원으로 14.6% 증가했다.
불안정한 상태로 출발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통해 얻는 소득 역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정부의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좀처럼 이들을 감싸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심각해지는 청년층의 빈곤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청년정책이 경기도의 기본소득이다. 경기도의 기본소득은 도내 3년 이상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 누구에게나 최대 연 100만원까지 분기별(25만원)로 지급하며, 경기도에서 사용 가능한 시군별 지역화폐(카드형 등)로 발급되고 있다.
경기도가 주도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전국 35개 지자체는 6월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 '기본소득 기본법'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에 합의했다.
경기도의 '기본소득'은 청년을 위한 선택적복지다. 그동안 경기도의 다양한 청년정책 시리즈는 선별적 복지였다. ‘일하는 청년통장’은 대상자를 선정하는 행정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만 19세~29세 미취업 청년 중에서 신청을 받아 가구소득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별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경기도의 청년배당 기본소득은 소득 조건과 관계없이 특정 연령층에 모두 동일 액수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청년수당과도 차별화되고 대상자가 17만명 규모다.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삶의 안전장치이자, 헌법적 가치에 기인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이며, 함께 잘 사는 국가의 방향성이다.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처럼 선별적 복지의 사각지대를 예방하는 대안 담론으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은 젊다는 이유로 안정감을 주는 복지 제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었다. 실업 급여도 20대는 거의 못 받고 그다음에 기초 연금, 아동 수당 이런 것들은 노인들에게, 아동들에게는 있지만 20대에게는 사실 전체적으로 주어지는 분배 제도는 없었다.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한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유토피아>에서 “도둑질이 음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지구상의 어떤 처벌로도 도둑질은 멎지 않을 것이다”라며 “끔찍한 처벌 대신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 생활수단을 주는 것”이 해법이라 했다.
청년들의 빈곤상황을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저소득가구의 미래청년에 해당하는 중·고등학생에게는 가칭 청년연금 제도를 통해 졸업 후 주거, 교육, 취·창업 관련 비용을 준비할 수 있는 사전적 청년자산준비 제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청년층에게 일자리을 통해 자산형성을 돕고 사회적 좌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저성장 시대의 불안정한 노동으로 삶을 위협받는 계층은 청년뿐만은 아니다.
지난 3월 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속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을 합의했다.
이번에 경사노위에서 도입하기로 합의한 한국형 실업부조는 그처럼 생활 능력이 없는 구직자들에게 국가가 예산으로 실업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니거나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울타리 안에 있지 않은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저소득층이 실업부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생애 단 한 번도 낙관적 성장과 안정적인 노동과 소득, 시민적 권리를 누려본 적 없는 청년 세대는 쉽게 사회에서 이탈하거나, 소속감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 쉽다.
경기도의 '기본소득' 시도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주는 이유도 이러한 역설적 상황에 놓인 청년 세대와 한국 사회가 신뢰를 기반으로 새롭게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이후 이 사회의 제도가 보편적 시민들과 맺을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이재명표 '기본소득'으로 위안이 되어 사랑에 주저하는 연인들의 희망가로 되돌아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