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초유의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됐으나 일부 선관위원들의 늦장 출석으로 첫날부터 차질을 빚었다. 여야는 국조 특위에 임하는 선관위의 자세가 국민의 시각과 동떨어졌다며 "국민에 대한 집단 항명"(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규탄했다.


국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다. 증인으로 채택된 중앙선관위원 7명과 오민석 전 서울시 선관위원장과 민소영 전 송파구 선관위원장 등은 오후에 뒤늦게 출석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가) 헌정 질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누구보다 잘 아실 분인데,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조만간 출석하겠다는 얘기는 오늘은 출석하지 않겠다고 조직적으로 담합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책임 추궁을 해야 된다"고 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상임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 사진=뉴스1


선관위원들이 오후 늦게 출석하자 여야의 질책이 쏟아졌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이 오후에 출석한 선관위원을 불러 "오전에 왜 안 나왔느냐"고 묻자, 조병현 중앙선관위원은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처리한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더 중하고 위중한 일이 있느냐"고 말했고, 조 선관위원은 이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국조 특위에선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문제도 다뤄졌다. 주진우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의 부부 동반 출장을 거론하며 "에스토니아 선거제도를 연구해야 할 만큼 우리 제도가 후진적이냐"며 "노 전 위원장이 재임 당시 전임자의 소쿠리 투표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는데 그 당시에 제도개선을 확실하게 했으면 이번 투표용지 부족 같은 상황은 안 생겼다"고 했다.


노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30만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전자투표에 관해서 굉장히 앞서 나가고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장차 전자투표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절차적으로 (에스토니아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리 직원들을 파견하고 교육도 받게 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갔다"고 말했다. 이어 "5부 요인에 해당하는 그런 대우의 예산 편성이 된 게 2020년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위 위원장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에스토니아 출장비용 반환 의사를 묻자 노 전 위원장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판사가 수장인 기관에서 자녀 특혜 채용 문제도 생겼었고 외유성 출장 의혹도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께 백번 사죄해도 모자란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의 기억은 선택적"이라며 "어느 순간 보고받은 적이 없다 했다가 어느 순간 한 페이지 미만이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고 했다. 또 "당시 보고자료에도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매수 산정 비율 축소라고 아주 선명한 글씨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조특위 전체회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 사진=뉴시스


범여권에서는 사태 후속 조치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주장도 이어졌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오후에 출석한 선관위원들에게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물었고 선관위원 대다수가 공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안 받을 수가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하자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그 부분은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윤상혁 특위 위원장은 "개헌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선관위가 받게끔 한다는 건데 여야 합의가 돼야 하고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가장 빠른 길은 선관위에 중립적인 상설감사위원회를 만들고 국회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위 직무대행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과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합류, 2023년 민주당 윤리심판원장 이력 등을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위 상임위원도 총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분이 선관위원장 대행으로 영전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생각 안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위 직무대행은 "지금 물러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