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살아있는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대회 첫우승을 노린다. /사진=로이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해트트릭으로 조국 포르투갈을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개최된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첫 경기에 나선 호날두는 복병 스위스에게 무차별 골 폭격을 선사하면서 살아있는 전설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반 25분 오랜만에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을 성공시킨 호날두는 후반 43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컷백 패스를 절묘한 침투와 슈팅을 통해 역전골로 연결했다. 약 2분 후에는 환상적인 개인 능력으로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현란한 스텝오버 후 절묘한 감아차기 슈팅으로 마무리를 지은 호날두의 모습은 전성기를 연상시켰다.
포르투갈은 이날 세 차례의 유효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한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신생 대회에서 초대 우승팀으로 등극할 기회를 잡게 됐다. 자국에서 메이저 대회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포르투갈과 호날두는 오는 10일(한국시간) 포르투에 위치한 드라강 스타디움에서 결승 무대를 치른다. 상대팀은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잉글랜드를 3-1로 꺾은 네덜란드다.

버질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비진을 구축한 ‘오렌지 군단’은 최근 부진을 떨쳐내고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번 네이션스리그에서도 독일과 프랑스를 상대로 1승씩을 따낸 후 잉글랜드까지 격파하며 결승까지 오른 네덜란드는 대회 우승을 통해 새로운 황금세대가 도래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 4강전에서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한 호날두의 존재는 네덜란드의 우승을 가로막을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해트트릭만 53차례… 중요한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호날두의 득점력

호날두는 이번 스위스전을 포함해 커리어 통산 53번의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2007-2008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생애 첫 해트트릭을 작성한 호날두는 잉글랜드 무대를 평정한 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진정한 골잡이로 거듭났다. 레알 소속으로 무려 44차례나 해트트릭을 만들어낸 호날두는 각종 무대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다량 득점을 만들어냈다.


호날두가 특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 대회는 UEFA 챔피언스리그였다. 대회 통산 역대 최다 골(126골), 최다 도움(44도움), 최다 득점왕(7회) 기록 등을 보유 중인 호날두는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최다 해트트릭(8회)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다득점 기록은 중요한 무대에서 위기의 순간 자주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호날두는 2015-2016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홀로 세 골을 터뜨리며 합계 스코어를 3-2로 뒤집었다. 이듬해 4강 1차전에서는 해당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에서 최소 실점 (27실점)을 기록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선사하며 팀의 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유벤투스로 팀을 옮긴 이번 시즌에도 호날두의 해트트릭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빛났다. 유벤투스가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아틀레티코에 0-2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처한 가운데 2차전을 맞이한 호날두는 안방에서 세 골을 집어넣는 ‘원맨쇼’를 펼치며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에게 또 한 차례 악몽을 선사했다.

큰 경기에 강한 호날두의 다득점은 대표팀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끄는 스웨덴을 상대한 호날두는 선제골을 넣었으나 즐라탄의 멀티골로 팀이 1-2로 역전당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후 홀로 두 골을 몰아친 호날두는 해트트릭 달성함과 동시에 조국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쳤던 호날두(오른쪽). 이번 네이션스리그 4강전까지 그가 기록한 해트트릭 횟수는 '53번'에 달한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는 스페인을 상대로 환상적인 프리킥 골과 함께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무승부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네이션스리그 4강 무대에서도 1년여 만에 포르투갈의 3골 모두를 책임지며 본인이 대표팀의 해결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해냈다.
‘포르투갈의 역사·유럽 최강’ 호날두, 신예들과 함께 우승 트로피 사냥 나선다

에우제비우와 루이스 피구 이후 포르투갈이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 호날두는 조국의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호날두의 시대 전까지 총 세 차례 4강(1966 잉글랜드 월드컵, 유로 1984, 유로 2000) 무대를 밟았던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대표팀에 합류한 2003년 이후 다섯 번이나 4강(유로 2004, 2006 독일 월드컵, 유로 2012, 유로 2016, 2019 네이션스리그) 이상에 올랐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명성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남긴 호날두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의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와 함께 유로 본선 무대 최다 득점자(9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호날두는 9골 모두를 동점이거나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록할 정도로 순도 있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유로 2016 대회에서는 대표팀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2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았던 포르투갈은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격파하면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당시 호날두는 결승전에서 불의의 부상 이후 눈물을 흘리며 교체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조별예선 헝가리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으며 4강전 웨일즈를 상대로도 1골 1도움을 기록한 호날두가 포르투갈의 우승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한편, 현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최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베르나르두 실바와 후벤 네베스,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특히 벤피카가 자랑하는 ‘신성’ 주앙 펠릭스의 나이는 겨우 19세다. 그러나 이번 4강전에서 드러났듯이 A매치 157경기를 치르며 88골(유럽 역대 1위)을 뽑아낸 호날두의 존재감은 여전히 포르투갈에 있어서 필수 요소였다.

첼시와 블랙번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서튼은 스위스전 후 영국 매체 ‘BBC 스포츠’를 통해 “호날두는 매우 굶주려있으며 여전히 올림픽 육상 선수처럼 뛰어다닌다. 그는 현재 포르투갈 팀의 진정한 리더다. 아마 그는 40세까지도 뛸 가능성이 있다”면서 ‘캡틴’ 호날두의 끝 모를 활약상을 강조했다. 한층 젊어진 포르투갈 대표팀은 서튼의 발언처럼 지칠 줄 모르는 리더 호날두와 함께 결승전에서 새로운 트로피 수집에 나선다.

유로 2016 당시 본인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기쁜 순간을 맞이했던 호날두(가운데). 이번에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 조국의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