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규탄 시민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682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주한일본대사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권이 기어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며 "이에 맞서 한국 국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준 시민행동 정책팀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역사 왜곡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며 역사 정의를 쓰레기통에 처박은 행위"라며 "이에 맞서 국민들의 힘을 모아낼 때"라고 강조했다.

주 팀장은 ▲오는 3일 오후 7시 일본대사관 앞 집결 ▲현재 진행 중인 불매운동 동참 및 지지 ▲광복절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 모여줄 것 등 3가지를 공동 대응 방안으로 제안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일본 정부는 평화와 인권에 기반한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보복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의 문제이기 전에 인류 보편적 가치의 싸움이며, 한국 시민을 넘어 일본 시민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일본 정부의 2차 공격은 한국을 안보에 위협되는 존재라고 밝힌 것"이라며 "경제 물자조차 신뢰하지 못하는데 군사정보까지 신뢰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 직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서에 '폐기'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오는 3일 오후 7시에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베규탄 시민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질타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흥사단은 성명서를 통해 "이는 한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100년 전 3·1운동에서 전 국민이 항거했듯이 단호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흥사단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과거사 문제와 대법원의 판결을 정치·경제·안보와 연계시킨 전례없는 졸렬한 조치"라고 비난하면서 "아베 정권은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폭거에 대해 반성·사과·배상이 없이는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흥사단 창립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설파했고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들도 아베 정권의 무리한 정책의 반기를 들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 힘을 모아 연대와 협력으로 동북아 공동 번영과 평화를 이끌자"고 호소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정치적인 문제를 경제로 보복하는 일본을 규탄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을 해야하므로 정치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서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매운동 등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정부가 국민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경제 타격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개정안을 오는 7일 공포하고 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화이트리스트란 일본 정부가 안보상 우방국이라고 판단한 국가의 리스트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무기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는 물자를 수출할 때 리스트에 올라 있는 국가들에는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혜택을 부여해왔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했던 국가를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가 끝난 후 "보복 조치가 아니라 국내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