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잘났다.” 메신저로 날아온 짧은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많은 이가 순간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내가 잘생겼나’, ‘화가 났나’와 같은 가벼운 고민은 텍스트만으로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오해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인간의 표정과 몸짓은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메신저 사용이 일상화돼 상대를 볼 수 없는 최근에는 ‘이모티콘’이 감정 전달자 역할을 대신하는 추세다. <머니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모티콘 산업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감정의 그림말, ‘이모티콘’ 열풍-중] ‘의사소통’ 어느 수준일까


메신저라는 소통의 창은 생각보다 난해하다. 큰 의미없이 보낸 몇 글자가 확대 해석돼 의도한 바와 다르게 전달되는 일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글을 보낸 사람의 감정이 철저하게 배제되는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모티콘은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휴대전화의 문자서비스가 성행하던 시절의 ‘ㅋㅋㅋ’나 ‘^^’ 등과 비슷한 개념이다.


폭풍구매 후 풍성해진 이모티콘. /사진=이지완 기자

◆이모티콘만으로 대화 시도
요즘 사람들은 문자서비스 대신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뿐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소통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모티콘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 기자는 이모티콘만으로 대화가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이에 직접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해봤다.


이를 위해 활용한 메신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다. 메신저를 켜면 대화창 우측 하단에 자신이 보유한 이모티콘을 확인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테마가 2페이지 가량 나왔다.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수는 총 200여개로 ‘OKAY’, ‘HI’라는 문자가 적힌 이모티콘을 제외하면 모두 이미지 형태였다.

이모티콘만으로 대화를 시도해봤다. ‘HI’라는 이모티콘을 전송하니 ‘안녕’이라는 답을 받았다. 이후 곧바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즉시 표현하지 못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모티콘은 대부분 감정을 나타내는 것들이라 대화를 이어가기에 무리가 있었다. 대화는 금세 단절됐다. 답답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뭐해’라고 적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렇게 무료 이모티콘만을 활용한 대화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현질’ 부르는 다채로운 콘텐츠


두번째 시도다. 이번엔 이모티콘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대화가 좀 더 원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실행하면 하단에 4가지 메뉴가 나오는데 가장 우측 버튼을 누르니 또 다른 이모티콘 메뉴가 등장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클릭하니 홈, 신규, 인기, 스타일 등 카테고리별 이모티콘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 메뉴를 클릭하고 보니 전체부터 10대, 20대, 30대, 40대까지 연령별 선호도가 높은 이모티콘의 순위가 표시됐다.

기자는 30대 남성이다. 30대가 가장 선호하는 이모티콘을 찾아보니 ‘바른생활ⓒsandolltium’의 ‘바른생활 씨즌6’가 1위에 올라있었다. 기본 제공되는 이모티콘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모티콘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접목된 점이다. 여기에 ‘오키’, ‘응 아니야’ 등 짧지만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글귀들도 눈에 띄었다.

구매버튼을 눌렀다. 인기상품이라는 내용과 함께 200초코(한화 2200원)를 결제하라는 창이 떴다. 구글 G-PAY에 카드를 연동하니 원클릭 구매가 가능했다. 지문인증을 마치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결제 전에는 이모티콘을 가상의 대화창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맛보기 기능도 있다.

다만 PC 카카오톡에서는 이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이모티콘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모티콘 하나당 2200원이 소요되는데 5개 정도 구매하니 순식간에 만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대부분 글귀가 적힌 이모티콘이었다.

개당 2200원이라는 돈이 아까울 수 있지만 영구적으로 남다보니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 계정이 살아 있으면 스마트폰을 교체해도 구매한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구매를 마치고 새로운 대화를 시도했다. 상대방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HI’라는 글귀가 적힌 이모티콘을 보냈다. 상대방은 물음표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일단은 대화가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어 ‘지금 어디세요?’라는 문자가 담긴 이모티콘을 보내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모티콘으로 상대방이 답했다. 평일 오후 4시28분 직장인이라면 모두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렇게 몇차례 더 대화를 시도했지만 금세 한계에 봉착했다.


이모티콘으로 대화하기. /사진=이지완 기자

◆이모티콘 대화 “쉽지 않네”


만원 넘는 돈을 투자하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모티콘만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짧은 문장들이 포함된 이모티콘을 사용하니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일부 가능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었다. 그렇다고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직접 체험해보니 이모티콘의 장·단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문자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재미있는 그림체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의 대화에 생기가 돌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모티콘이 문자를 대체할 정도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지는 않는다. 대화를 보조하는 도구로는 충분하지만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2200원이라는 비용도 부담됐다.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메신저가 일상과 업무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직장 상사나 가족들에게 단답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 소소한 재미를 위해 이모티콘 하나를 첨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S>611호(2019년 9월 24일~9월 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