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줄랩스코리아 대표. /뉴스1 신웅수 기자

#. USB(이동식 저장장치)로 착각하기 쉬운 트렌디한 디자인. 여기에 냄새나 연기도 거의 없다. ‘전자담배의 애플’로 불리는 쥴(JUUL) 얘기다. 2015년 미국 첫 발매 이후 2년 만에 미국 액상 전자담배 시장 72%를 장악한 바로 그 담배. 미국인들 사이에서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쥴랩스가 아시아 최초 진출국으로 택한 곳은 한국. 쥴랩스의 한국법인인 쥴랩스 코리아는 지난 5월 국내시장에 상륙, 한국형 쥴을 선보였다. 출시되자마자 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몰려들면서 한때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 쥴 공식 판매 이후 일주일여간 편의점에서는 ‘쥴 완판’ 행진이 계속됐다.
‘제2의 블루보틀’을 꿈꾸던 쥴랩스 코리아가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시장에 진출하며 “흡연자를 위한 최적의 대안제품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 안팎으로 터져나오는 각종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쥴 철수론’까지 나온다.

가장 손꼽을 만한 악재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 중단 위기다. 여기에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세 부담까지 커진 상황. 초반 돌풍과 달리 쥴 디바이스 판매량마저 감소추세다.



◆미 ‘쥴사태’ 불똥… 안전성 논란 점화
우선 쥴랩스 코리아의 가장 큰 고민은 안전성 논란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내에서 시판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당 제품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부터 쥴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내년 6월에나 나올 전망이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질환 사례 및 사망사례가 보고된 데 따른 조치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중증폐질환 530건이 보고됐고 이 중 사망자도 8명이 발생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들이 대마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포함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가향 전자담배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계획이 발표됐다. 가향은 담배에 달콤한 맛 등을 첨가한 물질로 멘톨, 망고, 민트향 등이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주요 담배 도·소매 업체들은 현지 매장에서 이런 향이 나는 포드(1pod=1갑)에 대한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상황 대응반을 가동키로 했다. 국내외 중증 폐질환 환자 모니터링 및 미국 상황 등을 종합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금지 등 추가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규제는 ‘액상’에 대한 전체적인 규제가 아닌 ‘가향’에 대한 부분 규제지만 국내에서는 액상 전체에 대한 규제로 확대해석 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사용자제 수준의 권고에 그쳤지만 향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등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금부담 커지는데… 판매량은 ‘뚝뚝’

유해성 문제와 별도로 세율 인상 등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쥴랩스 코리아엔 적잖은 위협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담배 과세 현황 및 세율 조정 검토 관련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액상 전자담배에 대해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세율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골자. 이 결과에 따라 정부가 세율을 조정, 인상하기로 결정하면 내년에 세법을 개편해 2021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쥴랩스 코리아의 세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는 한 팟(pod=1갑)에 259원으로 일반 담배의 50% 수준, 궐련형 전자담배의 56%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낮은 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매 역시 지지부진하다.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는 쥴이 출시된 후 판매 첫달 전체 담배시장에서 0.8%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그 다음달엔 1.3%를 기록했다. 현재는 0.7%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디바이스 판매량 감소는 더 심각한 상황. 일부 편의점에선 쥴 디바이스 판매량이 하루 2~3대에 불과해 시간이 갈수록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세금이 인상되면 팟 가격 역시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쥴 판매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판매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낮은 니코틴 함량이다.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쥴은 니코틴 함량(1.7mL, 3mL, 5mL)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상 0.7mL 단일 용량만 판매된다. 액상에 니코틴 함량이 1%를 넘을 경우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돼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소방시설을 갖추는 등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1%를 넘기기 힘든 구조다.

시장에서는 쥴랩스 코리아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철수론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쥴랩스 코리아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직원들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시장 철수를 결정할 경우 인건비 지급문제 등 각종 책임론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쥴랩스 코리아를 둘러싼 악재가 난무하면서 한국을 아시아시장 거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 회사는 최근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연내 직원을 100명까지 늘리는 등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지만 업계는 쥴랩스 코리아가 현 위기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쥴랩스 코리아 관계자는 “정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논란과 쥴은 인과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당사 제품에는 미국 정부가 중증 폐질환 유발 의심 물질로 지목한 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판매 부진 등 시장 환경이 어렵지만 여전히 쥴이 성인 흡연자에게 더 나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