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제28대 회장 선거가 오는 12월17일 치러진다. 건설협회는 국내 건설관련 최대 민간단체로 전국 8648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했다. 10년 이상 회원을 유지한 대표이사에게 회장 후보자격을 주지만 관례에 따라 16개 시·도회 회장이 중앙회장 선거에 나왔다.
문제는 이렇다. 최근 10여년간 지나친 경선 경쟁이 파당적 분위기를 몰고 와 업계 분열을 일으키자 협회 내부적으로 단독후보 추대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 역시 부산광역시회와 경남도회 회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돼 또다시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
건설회관. /사진=김노향 기자
◆과열경쟁 반복된 경선 왜?
건설협회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거일을 확정했다. 새로 선출되는 차기 회장은 2016년 3월 바뀐 정관에 따라 처음으로 4년 단임제가 적용된다. 기존에는 3년 중임제였다. 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약 일주일간 후보자 등록을 진행하고 이후 추대위원회를 설치하는데 복수의 후보가 추천되면 시·도 회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권자(대의원)의 투표에 의해 선출하고 단독후보일 경우 투표 없이 추대한다.
협회는 지금까지 후보자 등록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사람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박만일 부산시회장(서린건설 대표)과 김상수 경남도회장(한림건설 대표)이 이미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후보자 등록 전엔 어느 후보가 나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계에서 특정 후보가 거론된다고 해도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 직전 어느 한명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등록 막판에 제3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말을 아꼈다.
앞으로 후보자 등록 시점까지 한달여가 남은 만큼 제3의 후보가 경선 참여를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여러 후보가 난립할 우려는 적어 보인다.
지난 경선 과정을 보면 민주주의 투표로서 ‘아름다운 경선’의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 상호 비방이나 편 가르기로 진흙탕싸움을 피하지 못했다. 건설협회장은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국회에 정책 건의를 하고 업계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인데 경선 싸움으로 인해 선거가 끝나도 승자의 리더십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선거인 2016년 경선은 네거티브전이 아닌 각 후보의 공약을 내세운 공정한 경쟁이었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정선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두 후보였던 유주현 현 회장과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시·도회 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해 정견을 발표하면서 선거가 한층 선진화됐다는 이미지를 줬다. 하지만 회장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각 시·도회 대의원 20% 이상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권 회장에게 추천서를 제공한 전남도회 대의원 2명이 사퇴를 강요받고 대의원 자격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유 회장은 당시 일부 대의원이 대표이사 취임 전에 추천 자격이 없음에도 추천서를 제공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건설협회장은 별도의 급여가 없는 명예직이다. 다만 활동비 명목으로 연간 1억원 안팎의 비용이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는 회장 활동비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10년 전인 2009년 공개된 전남도회장의 활동비는 연간 8000만원 수준이다.
협회 관계자는 “높은 보수나 이권이 없는 명예직이다 보니 2000년대 이전 1세대 회장들은 추대에 의해 선출됐고 10~20여년 전부터 치열한 경쟁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는 건설업계 양대 협회인 대한건설협회 김재일 감사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박덕흠 회장이 출마의 뜻을 밝힌 전례도 있지만 지금까지 협회장직이 정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이용된다는 시각은 없다.
◆중요한 시기 새 회장의 임무는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업 진흥과 시공기술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 및 교육 등을 수행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부와 국회에 건설업계 현안을 전달해 정책·법령의 개선을 건의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적정공사비 확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각종 규제 해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업계를 대표할 적임자를 뽑는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지난 20여년간 중소건설사 출신이 회장직을 수행하며 다른 경제단체 수장과 비교해 대외적인 활동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었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협회장은 업계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단체의 수장인데 갈수록 위상이 추락한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협회장직은 1999년 장영수 회장(대우건설 전 사장) 선출을 마지막으로 줄곧 중견·중소건설사 오너가 수행했다. 대형건설사 전문경영인의 경우 회사 실적 등 본업무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데다 특히 경선에 부담을 느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업무와 협회업무를 병행하기가 힘들고 경선에서 떨어지면 망신이라고 생각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대형건설사나 중소건설사 모두 투표권이 하나씩 주어지므로 경선을 할 경우 대형건설사 소속이 불리하다. 2011년 25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 대형건설사 사장이 업계 대표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추대해주면 회장직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추대되지 못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중견기업 오너가 협회장직을 맡을 경우 대-중소기업 간 협력관계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내고 대외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는 등의 폭넓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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