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콘텐츠인 ‘웹툰’은 디지털시대의 주역으로 꼽힌다. 출판만화의 온라인화를 통한 일부 마니아층의 콘텐츠로 여겨졌던 웹툰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따라 문화소비의 주류로 격상하고 있다. <머니S>는 웹툰시장의 성장세를 살피는 동시에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세히 짚어봤다. 또한 현직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웹툰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쑥쑥 크는 만화 ‘웹툰경제학’-④·끝] 스타 작가 '김보통'에게 듣는다


“경험으로 해결하지 못한 불만을 만화로 해소합니다. 현실에서 하지 못했거나 바라지만 이뤄지지 않는 일을 웹툰으로 풀어내는 거죠. 갑자기 무언가 스치듯 영감을 얻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가능하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보통작업실’에서 만난 김보통 웹툰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웹툰 ‘아만자’와 ‘D.P 개의 날’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만자’는 8년간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지켜본 본인의 경험을 통해 암환자와 그의 가족, 친구, 연인 등 주변인이 겪는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헌병 군탈체포병으로 복무하며 겪었던 탈영병의 이야기는 ‘D.P 개의 날’로 독자에게 알려졌다.

◆목표는 낮게, 열정은 크게

김 작가는 7명의 직원을 거느린 보통작업실의 대표이자 자영업자다. 대기업에 다니며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작가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 매진했다.
그는 “대기업 직원으로 일할 때는 실무자가 아니다보니 내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고 통제받는 삶을 살았다”며 “회사를 그만두면서 불안감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만큼 모든 일이 나만의 성취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웹툰을 통해 기반을 다진 김 작가는 수필, 각본, 시나리오를 쓰며 다양한 지역에서 외부강연을 진행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다.


/사진=채성오 기자

그는 “사보 의뢰를 받아 원고지 네장 분량의 글을 쓴 것이 첫 수필이었다”며 “외주 의뢰가 들어오면 액수에 상관없이 하는 이유도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어떤 인연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씨소프트도 처음엔 삽화로 인연을 맺었지만 지금은 사내 인트라넷에 홍보웹툰을 수년째 올리는 관계가 됐다”며 “야구로 비유하면 데드볼을 맞거나 땅볼을 쳐도 진루를 해야 다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생긴다고 믿는다. 홈런을 치려 풀스윙했다가 아웃돼 좌절하기보다는 가볍게 진루만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의 아이텐티티는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됐다. 김 작가는 “암환자 본인과 주변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아만자’를 그렸다”며 “환자의 고통 외에도 가장의 수입이 끊겨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거나 지인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을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D.P 개의 날’ 역시 그가 헌병 군탈체포병으로 복무하며 만난 탈영병을 소재로 만들었다. 김 작가는 “탈영병은 조직에 순응하지 못한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지고 평생을 살아간다”며 “같은 군인을 체포하거나 적응을 못했다고 처벌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어 탈영병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본연의 직업인 웹툰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학교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한편 기성작가의 책을 각색한 웹툰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론 ‘D.P 개의 날 시즌2’가 예정됐다. 그는 “‘D.P 개의 날 시즌2’는 연속성을 가져갈 계획”이라며 “프리퀄과 속편 사이에서 고민 중인데 중사의 사병시절이나 주인공 안준호가 병 제대 후 부사관으로 재입대하는 이야기를 그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웹툰시장, 이제 내실 다질 때

7년차 웹툰작가인 그가 바라보는 시장은 어떨까. 김 작가는 “상당수의 작가들이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플랫폼이 의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스타작가를 꿈꾸며 많은 작가들이 웹툰업계로 진입하고 이를 통해 질 좋은 작품을 엄선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제 스타는 어느 정도 배출됐으니 웹툰작가가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보편적인 수준을 올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작가, 플랫폼, 독자가 웹툰시장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원 고용관련 게시물을 올렸던 것도 저보다 형편이 좋은 작가들이 보조인력을 낮은 급여로 부려먹거나 노동법을 안지키는 일이 없었으면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분위기가 좋아져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은 작업실을 차리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며 함께 일하는 구조가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가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도록 플랫폼이 고료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불법 복제사이트 이용을 삼가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도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웹툰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에게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꿈꿨거나 유명한 웹툰을 보며 준비 중인 분이 많은데 웹툰작가도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이라며 “작가가 됐으니 감내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론 절대 견딜 수 없는 만큼 현실감각을 잃지 않고 직업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저는 철저히 자영업자 마인드로 하루를 보낸다”고 웃어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