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함께 선보이는 주유소 기반 택배서비스 홈픽 / 사진=SK이노베이션
주유소업계가 생존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시장포화에 따른 출혈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기름 충전에 의존했던 기존의 사업모델 만으로는 더이상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공유경제,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 산업계에 부는 혁신 바람도 주유소의 체질개선을 채근하는 요소다. 주유소의 변신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시장포화·정책전환에 주유소 ‘곡소리’
국내 주유소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1995년 주유소 간 거리제한이 철폐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기 시작해 1997년 이미 8000개를 넘어섰고 2010년엔 1만3237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경쟁이 심화되며 매년 문을 닫는 주유소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수는 2014년 7월 1만2360개에서 2015년 7월 1만2243개, 2016년 7월 1만2095개, 2017년 7월 1만2048개, 2018년 7월 1만1881개, 올해 1만1722개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연평균 127.6개꼴로 주유소가 문을 닫은 것이다.
전체 주유소는 줄어든 반면 셀프주유소는 늘었다. 일반주유소 대비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9년까지만 해도 300개에 그쳤던 셀프주유소수는 2013년 1300여개로 늘어 전체주유소 비중의 10% 이상을 차지하게 됐고 지난해에는 3057개로 26.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가 고양시에 구축하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 / 사진=현대오일뱅크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정책도 주유소엔 악재다.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부는 경유차를 줄이고 액화석유가스(LPG)차량, 전기자동차(EV),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량의 보급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 중 전기차와 수소차는 아직 시장개화 초기단계라 주유소 실적에 영향을 주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LPG차량 확대는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정부는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차량에만 일부 허용됐던 LPG 차량 구입을 올 3월부터 일반인에게도 허용했다. 문제는 LPG 가격이 휘발유나 경유보다 40% 이상 저렴하다는 점이다. 11월26일 기준 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1537.09원인 반면 LPG는 810.62원으로 LPG가 47.3%나 저렴하다.
유류세 인하조치마저 지난 8월말부로 종료돼 휘발유와 경유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행 휘발유·경유와 LPG 간 가격 차이를 유지하면 가격이 저렴한 LPG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주유소들의 실적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올 7월 기준 LPG차 판매대수는 1만2433대로 일반판매 시행 전인 지난 2월 6671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변신 꾀하는 주유소들
시장환경이 급변하자 주유소업계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혁신모델은 공간개방이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부터 양사가 보유한 전국 주유소 인프라를 바탕으로 택배 집하 서비스인 ‘홈픽’ 서비스를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1시간 이내 방문 픽업’을 모토로 고객이 택배를 접수하면 중간 집하업체가 1시간 이내로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픽업, 거점 주유소에 집하·보관하면 이를 택배사가 배송지까지 운송한다. 지난 7월 기준 일평균 주문량이 3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양사는 홈픽의 성공에 힘입어 양사는 주유소 기반 스마트 택배보관함 서비스 ‘큐부’도 론칭해 운영 중이다.
SK에너지는 경남 창원에 있는 내트럭하우스 부산 신항 사업소에서 연산 1.4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또한 SK에너지가 운영 중인 주유소 내에 전기차 충전기를 올해 전국 20곳에서 2023년 190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12월 준공을 목표로 ‘H 강동 수소충전소 GS칼텍스’를 짓고 있다. 이곳은 휘발유·경유·LPG는 물론 전기와 수소까지 모두 충전이 가능한 ‘토털 에너지스테이션’이다. GS칼텍스는 또 전국 주유소·LPG충전소에 설치·운영 중인 전기차 급속충전기 27기를 올해 말까지 4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내년까지 서울·부산·대구·속초 소재 주유소와 대형소매점 10곳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며 고양시에 모든 수송용 연료 충전이 가능한 최대 3만3000㎡ 규모의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짓는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울산에 지난해 6월 국내 최초의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구축한 바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유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대로 기름판매만으론 사실상 사업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친환경연료를 확대하려는 시대적인 흐름의 영향까지 겹치다 보니 각 주유소들이 추가적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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