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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권 확보를 위한 절차에 돌입하면서 올해 완성차 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정년연장과 주 4.5일 근무제 도입,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교섭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오는 24일 '2026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바일 전자투표와 현장 거점 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서비스위원회와 남양연구소, 전주공장, 아산공장, 울산공장 등 주요 사업장에 투표소가 설치되며 투표 종료 직후 개표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는 노조가 지난 1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임금성 요구안과 별도 요구안에 대한 제시를 거부했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동조합법상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모두 거쳐야 한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임금 인상과 고용과 노동시간 문제에 집중돼 있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비롯해 정년연장, 주 4.5일 근무제 도입,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AI 도입 확대에 따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방안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은 올해 노동계 전반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로 꼽힌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주 4.5일 근무제 역시 노사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계획 조정과 인력 운영 방식 변화가 불가피하다.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는 제조업 특성상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AI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생산과 품질, 물류,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술 변화가 노동조건 악화나 인력 감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과 미래차 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공장을 비롯한 국내 생산기지에서는 전기차 생산 확대와 생산라인 재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고용안정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아 광주공장 노조는 최근 버스 생산 중단 문제와 고용대책을 둘러싸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미래 고용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 협의 중단과 특근 거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 노사의 협상 결과가 기아를 비롯해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완성차 업계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가 국내 완성차 산업의 임금 및 노동조건 협상에서 사실상 기준 역할을 해온 만큼 향후 교섭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AI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 등 구조적 의제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현대차 노사가 어떤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향후 제조업 전반의 노사 협상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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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
안녕하세요, 최유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