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제철 홈페이지 캡쳐

한 직장에서 평생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현대인의 로망 중 하나가 아닐까. 철강업계에서 평생직장 로망을 실현해 줄 수 있다고 꼽혀왔던 기업이 있다.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철강 계열사로 당진과 순천, 포항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대기업이다. 매년 총 3기의 고로에서 1200만톤, 13기의 전기로에서 12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하며 국내 철강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제철이 각광받기 시작했던 건 2016년부터다. 

당시 모기업 현대·기아자동차는 그간 포스코와 일본에서 사들이던 자동차강판을 현대제철에서 구매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제철과 거래로 납기 및 원가 문제 해결을 꾀했다. 현대제철의 향상된 기술력과 생산능력도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결정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도 현대기아차 납품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실제 2016년부터 현대제철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그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면서 부실한 내부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름이 터진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은 1689억3857만원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3.2% 감소했다. 2분기도 전년동기대비 34.7% 줄어든 2182억6585만원을 기록했다. 감소폭도 계속 커졌다. 2019년 3분기도 전년동기대비 67% 급감한 3389억55만원을 기록했다. 

결국 현대제철은 2019년 12월 4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실적부진이 이어질 경우 추가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제철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현대차 납품이 좋다고? 


현대제철은 2014년부터 3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곧 감소했다. 주요 사업인 자동차강판이 자리 잡지 못 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016년 3분기부터 현대차그룹에 본격 자동차강판을 납품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2017년 현대제철의 매출액은 16조8893억319만원으로 전년대비 17.5% 증가했고 2018년에는 18조6108억3227만원(전년대비 10.2%↑)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제철 전체 매출액 가운데 자동차강판은 67.8%, 건설용 철강은 25.1%, 중기계가 1.6%, 반제품 및 부산물이 5.5% 수준이다. 자동차강판과 건설용 철강 합쳐 92.9%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로 납품을 통해 자연스레 외형성장에 성공한다. 2018년 말 기준 현대제철의 현대기아차로 연간 판매량은 500만톤 수준으로 현대제철 전체 판매량의 90%를 기록했다. 

◆ 원료 가격 인상분 반영 노력했지만

현대제철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은 건 비싼 원료 가격이다. 현대제철은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 2019년 1월 톤당 7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은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의 브라질 댐 붕괴에 따른 철광석 수급 차질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7월엔 연초보다 70% 이상 급등한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주요 납품업체인 현대차는 현대제철의 이 같은 실정에도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았다. 2018년 수익 개선에 실패한 현대차는 2019년에도 사업 대내외 환경이 악화된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철강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현대제철의 2019년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38.1% 줄었다.

부진한 조선 산업도 문제였다. 2019년 내내 현대제철은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꺼운 철판이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2018년 현대제철은 각각 5만~7만원 후판 가격을 인상한 이후 아직 제자리다.

조선업계는 수년째 이어진 시장 침체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여건을 감안할 때 후판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판재류 부문에서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음에도 자동차강판·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반영이 난항을 겪으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봉형강 부문에서도 건설시황 둔화로 철근·형강 판매가 감소하고 단가도 하락하면서 매출액과 손익의 부진이 심화됐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투자 성장률은 1분기 -0.8%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 1.4%로 플러스(+) 전환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3분기 들어 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건설 투자가 감소하면서 건물건설 투자는 전분기 보다 6.4% 감소했다. 토목건설은 4.9% 감소했다.

◆ 2020년 수요산업 침체 이어질 전망 

현대제철은 2020년 실적 반등을 모색하며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어 2020년에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가절감, 긴축운영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조선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 자동차산업은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내수 및 수출 회복이 지연되며 2019년과 비슷한 4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은 SOC 투자 확대에도 주거용 건축투자가 감소해 민간부문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은 신규 수주 증가와 건조 단가 상승의 호재에도 과거 수주 부진 누적에 따른 영향으로 실제 건조량은 2019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철강업계에선 현대제철의 추가 구조조정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2020년 철강 시황은 2019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부진에서 벗어나도 미약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