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를 사로잡은 LG 듀얼 스크린
[2020 경제위기 진단과 대비 전략 : 진단-①] 기업이 보는 위기 진행상황은?
기준금리 1.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 2.3%.
역대 최저수준의 기준금리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덜어줬지만 사실상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OECD 전망은 올 예상 성장률(2.0%)보다 높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와 한국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 주요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론 경기가 좋아졌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초 59.4%였던 고용률은 11월 61.7%로 2.3%포인트 높아졌다. 대표적인 민생경제 지표로 불리는 자영업 실태를 살펴봐도 수치상으론 나쁘지 않다.
통계청이 공개한 신생기업 1년 생존율(창업 1년 후 생존한 비율)은 2017년 기준 65.0%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2년 59.8% ▲2013년 60.1% ▲2014년 62.4% ▲2015년 62.7% ▲2016년 65.3% 등으로 증가해 왔다. 2016년에 비해선 0.3%포인트 떨어졌지만 5년 생존율은 28.5%(2011~2016년)에서 29.2%(2012~2017년)로 0.7%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일부 업종에서의 체감경기 불안도 상존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3분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54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4% 급감했다. 2018년 1월~2019년 11월 약 2년 동안 코스피는 18.6% 하락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 기간 14.3% 상승했다. 부동산경기만 호황인 상황은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머니S>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응 마련 차원에서 재계·금융·스타트업을 중심으로 20개 기업의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20년 경제위기 진단과 대비 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설문은 모두 5개의 질문으로 구성했다. 설문 결과 ‘경제 불안’을 지적하는 기업이 다소 많았다. 설문을 통한 기업들의 고민과 대비책을 알아봤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SK·LG·롯데·CJ그룹·두산·한화그룹·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미래에셋대우·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NHN·직방·쿠팡
◆불안한 경제지표, 위기일까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2일 한국의 생산·수출·투자·고용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OECD 하위권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며 “세제·금융·노동시장의 개선과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기업들의 진단은 어떨까. ‘내년 경제위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의 60%(12명)는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가능성이 낮다’는 답은 30%(6명)였고 10%(2명)는 무응답 혹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무응답한 A기업 재무 담당자는 “선진국의 보호무역과 통상압력,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외 경영환경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단기외채 비율이 1990년대 외환위기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낮고 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가 저성장·저물가 기조로 들어서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금리인하가 심화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위험자산 쏠림현상을 부추겨 기업 부채와 신흥국 대외채무를 늘리고 자산버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머니S
◆신사업 모색, 돌파구 될까‘국내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묻는 질문에는 ▲‘불안하다’ 60% ▲‘문제없다’ 30% ▲무응답 혹은 ‘잘 모르겠다’ 10% 등의 순이었다.
불황에 대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종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M&A 배경에 대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 하의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해선 시각차가 있었다. ‘새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0%(14명)였고 ‘지속경영의 리스크가 높다’고 밝힌 응답자는 20%(4명)였다.
설문에 참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변화가 오픈뱅킹과 맞물려 금융산업의 채널구조, 경쟁구도 등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금리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자문 등 다양한 비이자이익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다양한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와 관련해선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수 있는 불안한 경영환경”이란 반응도 있다.
◆‘네거티브 규제’ 한목소리
이번 설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정부 규제’다. ‘현 정부의 규제가 기업활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80%(16명)를 차지했고 ‘아니다’란 답은 5%(1명)에 그쳤다.
국내엔 법률과 정책에 허용되는 것을 나열하고 예외 상황을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대부분 적용된다. 이를테면 ‘자동차관리법’ 상 자동차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로 분류해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아닌 것으로 본다. 반대로 법률 등이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몇년째 이뤄지고 있지만 진척되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제가 다양해 명쾌한 답변을 고르는 게 어렵다”면서 “때론 보호와 안전을 위한 장치가 되지만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는 건 맞다”고 답했다.
‘경제위기에 대비하는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일방통행식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선다고 하면서 정작 현실을 잘 모른다”며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산업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때 저성장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각종 정부 규제를 경영 현실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며 “경제논리에 앞서는 정치적 규제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현 정부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정부의 협조 사항으로 ▲포지티브 규제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미·중·일의 자국 이익주의에 따른 정부지원 ▲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한 산업정책 ▲기업 세금감면 확대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부동산 규제 완화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반기업 정서 완화 ▲공공부문 축소와 시장경제 강화 등을 꼽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