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방사능 만큼의 걱정거리 '욱일기'-⑤] 끊이지 않는 연예계 '욱일기' 논란
2018 제28회 스페인 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사용된 욱일기 디자인 홍보 포스터. /사진=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 페이스북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전범기인 욱일기 사용을 강행한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지난해 열린 ‘WBSC 프리미어 12’ 한·일전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욱일기 논란은 연예인들도 피해갈 수 없다.
사진은 이종격투기선수 정찬성. /사진=집사부일체 방송캡처
◆‘욱일기’ 논란 연예인… 몰라도 ‘문제’
소녀시대 출신 티파니, 걸스데이 혜리, 빅뱅 탑, 장현승, 현아, 그룹 빅스, 하연수, 스티븐 연은 욱일기 디자인을 차용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방송에 출연했거나 사진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됐다. 욱일기 논란 후에 뒤따르는 변명은 대부분 “미처 몰랐다”이다. 욱일기를 단순히 일본의 상징이나 디자인으로 여겼다는 것.
반면 이종격투기선수 정찬성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해외에는 욱일기에 대한 개념이 없다. 유명 브랜드에서 제작한 옷을 조르주 생 피에르가 입고 나온 적이 있다. 내가 직접 지적했고 생 피에르가 사과를 하며 해당 브랜드도 관련 옷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정찬성은 UFC서 챔피언이 되려는 이유가 욱일기 퇴치를 위함이라고도 했다.
그룹 노브레인 멤버 이성우도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다. 이성우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를 비판하고자 2001년 후지 록페스티벌에서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한 뒤 애국가를 열창했다. 이성우는 “(퍼포먼스)후에 일본 공연을 갔는데 일본 우익단체가 모여 있었다. ‘노브레인을 죽이자’라고 했다더라. 그것을 일본인 친구가 듣고 ‘나를 먼저 죽이고 가라’고 했다”고 했다.
욱일기가 연상되는 록밴드 '메탈리카'와 호주 서핑용품 브랜드 '빌라봉'과 협업한 상품. /사진=메탈리카 트위터
◆해외 각국서도 욱일기 논란
전설적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는 지난해 12월 호주 서핑용품 브랜드 빌라봉과 협업해 내놓은 상품 홍보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공개한 서프보드에는 붉은색 반원에서 선이 뻗어 나가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이는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욱일’ 문양과 흡사해 논란이 일었다.
세계적 펑크 록 밴드 그린데이도 같은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19 게임 어워즈’의 축하 무대 영상에 욱일 문양으로 보이는 그림을 등장시켰다. 이 무대는 국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 과거 그린데이가 일본 투어 때 욱일기 견장을 착용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커졌다. 2010년 1월 첫 내한했던 그린데이가 10년2개월 만인 내년 3월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할 예정이어서 팬들의 항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8 제28회 스페인 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사용된 욱일기 디자인 홍보 포스터. /사진=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 페이스북
해외에서의 욱일기 논란은 계속돼 왔다. 2018년 제28회 스페인 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디자인으로 된 홍보 포스터가 사용됐다. 한국 학생들과 교민들은 욱일기와 군중을 함께 그려 넣은 포스터에 대해 주최 측에 메일과 메시지를 보내고 스페인 교육부에도 연락하는 등 항의했지만 영화제 주최 측은 항의한 사람들에게만 메일 등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을 뿐,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반면 프랑스 출신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한 승마대회에 참석했을 당시 욱일기 모양이 들어간 캡모자를 착용해 논란이 일자 매니저를 통해 “욱일기의 의미에 대해 몰랐다. 유럽에선 욱일기 패턴이 들어간 옷이 정말 많다. 우리에게 의미를 알려줘서 고맙다. 그 모자는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답장, 적극적으로 대처한 해외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욱일기 논란, 우리부터 신경써야
◆욱일기 논란, 우리부터 신경써야
10대 청소년들이 욱일기를 패션 아이템 정도로 여기는 점,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스타들이 욱일기를 거부감없이 사용한다는 점은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욱일기 논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욱일기가 무엇인지, 욱일기 사용이 왜 잘못된 것인지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8월 일본제국주의 상징물 사용금지 법안을 발의하며 “일부 연예인이나 청소년들이 욱일기를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것도 누차 지적된 문제”라며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금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중문화계 내부에서조차 욱일기 사용과 무개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SNS를 통한 욱일기 논란은 경계가 모호하고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성을 낳을 수 있다”며 “연예인의 욱일기 논란은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오해’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안일한 인식을 바로 잡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덮으려는 일본, 올림픽 통해 침략의 역사 알려질 것
/사진=로이터
◆덮으려는 일본, 올림픽 통해 침략의 역사 알려질 것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8월 선수단장회의에서 경기장 반입 금지 품목에 욱일기를 넣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도쿄 조직위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욱일 문양과 닮은 문양이 들어간 자국 고미술품을 찾기 위해 해외조사까지 나서며 욱일기가 제국주의 침략과 군국주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욱일기 논란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한 청년은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욱일기가 올림픽에 등장하면 미국의 국제평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을 올렸다. 미국의 유튜버 하이채드는 미국의 타임스퀘어에 욱일기의 부당함을 알리는 광고를 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영국 가디언 오피니언 면에 “일본 욱일기는 공포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올림픽에서 금지돼야 한다”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에선 욱일기를 막지 않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그 역사적 의미가 전세계로 뻗쳐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 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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