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정초부터 김정주 NXC 대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넥슨의 새 주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리니지2M·V4를 주축으로 한 대작경쟁이 이어졌다. 중국발 리스크와 규제 일변도의 게임산업 정책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편집자주>

-게임업계로 돌아본 기해년②


/사진=이미지투데이
◆자국우선주의, 문 닫은 중국
중국은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뉴주가 발표한 ‘글로벌 게임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총 365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망치인 만큼 정확한 수치는 올해가 지나야 확인되겠지만 여전히 중국 게임시장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거대한 중국의 게임시장은 철저한 자국우선주의를 통해 완성됐다. 구글플레이 스토어 대신 현지 업체를 중심으로 파편화 된 애플리케이션(앱)마켓을 이용하면서 유통하는 게임수도 급증했고 관리당국의 철저한 규제를 발판삼아 해외시장에서 위세를 떨쳤다.

특히 올해는 ‘판호’(게임 유통 허가권)와 ‘온라인 셧다운제’ 등 중국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규제가 국내 게임산업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정부는 게임을 디지털 출판물로 취급한다. 각 사업자들은 개별 고유 식별번호인 판호를 부여받아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 업체에 내주는 내자판호와 해외 기업에 발급하는 외자판호로 나눠 관리중이다.

국내 게임은 2017년 3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갈등 이후 ‘외자판호’(외국 기업에 부여하는 유통 허가권)를 발급받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체제와 맞물려 채팅, 1인칭 슈팅(FPS) 등 파괴적인 장르의 게임류를 검열하는 등 내자판호와 외자판호를 막는 사태가 발생해 국내 게임의 중국시장 진출은 전무한 지경에 이르렀다. 올 들어 지난 4월부터 다시 외자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국내 게임사의 명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시장의 문은 닫힌 상태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친숙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했거나 현지업체를 통해 우회해 판호를 발급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서비스가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정부도 중국 게임시장 입성을 위한 해빙 모드를 추진했지만 한파는 여전한 실정이다.

실제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판호 차별 문제를 두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는 조경태 의원(자유한국당)의 질의에 공감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문화 수출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로서 WTO 제소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꼭 요청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장관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등 다양한 게임 관련 행사에서 “내년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시장의 중국 진입이 수년째 허용되지 않는 만큼 외교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남아와 일본 등 아시아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국시장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공대위 대표는 “한국의 게임이 과거 중국을 지배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에 대한 경계심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 문체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교부가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지를 갖는 부분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여파, 한국시장 진출로

중국이 국내 기업에 외자판호를 한 건도 내주지 않은 반면 현지업체들은 일제히 한국시장을 정조준했다. 미호요, X.D 글로벌, 텐센트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국내 모바일시장에 스며들었고 최근에는 넷이즈까지 합류해 수많은 타이틀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4일 개최한 지스타 2019 현장에서는 X.D. 글로벌, 미호요, IGG 등 중화권에 기반을 둔 게임기업들이 B2C관 입구 인근에 부스를 열고 관람객을 맞았다.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나란히 배치돼 중국기업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출시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23일 기준 현재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게임의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 되면서 한국 게임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현지 법인조차 세우지 않은 채 프로모션 마케팅만 진행하는 중국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임과 관련이 없는 선정적인 광고도 서슴지 않게 자행해 논란을 빚었다.

3N으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경우 매출이나 타이틀 면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가능하지만 중소 개발사 및 퍼블리셔는 급변한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V4’, ‘리니지2M’ 등이 매출 최상위권을 회복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게임규제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중국정부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앞서 지난해부터 내자판호까지 금지하며 게임 유통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고 올 들어 강도 높은 규제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정부의 게임산업 규제가 해외시장 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대외적 장치’라고 표현했다. 이미 현지에서는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게임 관련 기업들이 무한 증식한 만큼 인접국가이며 문화권이 비슷하고 유저 충성도가 높은 한국을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 게임들이 범람했다고 표현할 만큼 국내 모바일시장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며 “중국정부가 체제 유지 등의 이유로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위장전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